어렵게 얻은 우리 아이들을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하고 직장에 복직을 했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며 초보엄마로서의 고군분투를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보냈다. 매일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지만, 고민을 해봐도 도무지 쪼갤 수 없는 시간의 현실에 매번 좌절을 했다.
저녁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들이 빨리 자야지 내 황금 같은 육아 퇴근 후 1~2시간을 보내고 잘 수 있을 텐데..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아이들은 졸리는 잠을 이겨내며 계속 놀아달라고 조른다. 조용히 책을 읽어주고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잠을 유도해 본다. 잠이 오는 날보다 눈이 말똥말똥한 날이 많다. 그런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점점 인내심의 한계가 온다.
'아,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드라마도 보고 싶은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다가 결국은, 아이들은 빨리 자라고 늦게 자면 키가 안 큰다고 다그치게 되는 엄마가 된다.
또 화를 내버렸다.
결국 그런 나의 모습을 보이게 되어 엄마로서, 나로서 속이 상한다.
화내고 애들을 재우는데 에너지를 다 쏟은 나는 이제는 육퇴를 한다고 해도 침대를 벗어날 힘이 없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드는 횟수가 늘어났다.
아침이면 다시 시작되는 등원 준비와 바쁜 회사 업무, 퇴근 후 다시 육아의 삶이 반복이 되고 온종일 머릿속에는 항상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의 기분에 사로잡혀있다.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새벽 4시, 5시에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 시계 알람 없이 혼자 일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핸드폰 진동으로 알람을 해놓기엔 매일 옆에 두고 자야 하고, 애들도 그 소리에 놀래서 깰 테니.
그러다 문득 스마트 워치를 떠올렸다. 소리 없이 내 손목에만 진동이 있는 최소한의 알람기능만 필요한 부담 없는 가격대의 샤오미 미밴드를 샀다.
평생 올빼미족으로 살아온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역시나 혼자서 며칠이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스마트워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알람은 제대로 동작했지만, 내 의지는 자고 있는 동안 함께 잠들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줌으로 하는 미라클 모닝 모임을 찾으려 하니 쉽지 않았다. 관심 없을 땐 기사에서 코로나시대라며 줌(Zoom) 모임이 흔하다고 자주 봤는데 막상 내가 찾으려니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후에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모닝 해쉬태그를 보고 타고 들어갔다가 한 모임을 찾게 되었다. 소수인원이 아니고 몇백 명이 함께 하는 거라서 부담 없이 참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계속 아침에 일어나기는 정말 어려웠다. 의지는 있었지만, 피곤한 몸과 눈꺼풀이 항상 내 의지를 이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괴감으로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하루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실패했다는 패배감으로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런 속상한 마음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는데, 남편은 내편이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어.. 며칠 못 갈 거 알았지..'란 뉘앙스를 나타내며 비아냥거리는 남편의 말투에 나는 화가 났다.
사실, 나 스스로도 무의식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까지 확인해주니 더 속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화를 내고 난 후, 내편은 없구나 생각하며 다시 내 생각을 고쳐보기로 했다. 미라클모닝을 실패한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성공한 것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협박 아닌 부탁을 했다. 내가 힘들 때 가장 도와줘야 할 사람이 나를 응원해줘도 모자란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표현은 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울먹이며 말한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며칠 뒤에 남편이 사과를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앞으론 비아냥거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성공한 날은 시각화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아주 짧게 포스팅을 했다.
성공 누적 횟수를 몇 번 적다 보니, 내가 언제 이만큼 했지? 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숫자가 힘이 되었다. 그리고 숫자에 1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새벽에 이불밖으로 나오게 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칭찬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도 실패한 횟수는 많았지만, 더 이상 개이치 않게 되었다. 실패한 건 횟수를 모르고 성공한 횟수만 아니까 마음이 편했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점점 몸에 뵈니 처음만큼 일어나는 게 어렵지 않아지고 있다.
이제 누적 횟수는 오늘로 64일이 되었다.
올 한 해 가장 잘한 일은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는 것과 그걸 64일이나 했다는 것이다.
이제 올해가 하루가 남았다. 내일 성공한다면 65일의 미라클 모닝을 해낸 2022년을 보내게 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며 나를 포함한 내 가족들을 다그치지 않게 되었다.
미라클모닝에 성공한 날은 한껏 뿌듯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아이들 재우면서 나도 잘 거니까 조급하지 않다.
내년에는 이 새벽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달라져 있을지 모를 내 모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