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여느 아이들과 같이
콧물 찍찍 흘리며 뛰어다니는 개구쟁이였다.
넘어져서 피가 나도 나뭇잎으로 쓱쓱 닦고
다시 뛰어놀곤 했는데 그때 당시 집에 오면 부모님이 나의 몸을 확인하고
약을 발라주시는 게 하나의 루틴이었다.
유독 자주 다쳤던 부위는 무릎이었는데
상처가 마를 날 없이 까지고 또 까져서
결국 놀이터를 벗어날 나이쯤이 되어
다 나았던 것 같다.
그때는 바지에 쓸려 늘 무릎팍이
늘 따끔따끔했었다.
지금도 그 자리는 희미하게 피부색이 다르다.
우리는 그걸 흉터라고 부른다.
모든 상처는 그런 것 같다.
그럴싸하게 다 나은 것 같아도
가까이서 유심히 보면 희미하게 보이는,
통증은 없지만 이따금씩 거울을 보면
20년을 훌쩍 되돌아가 타임머신을 타고
놀이터에 있는 내가 보인다.
거울 속 무릎은 아파 보이지만
거울 밖 나는 아무렇지 않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고마운 사실은
시간은 계속 흐른다는 점이다.
시간은 약이 된다.
나는 그저 상처를 잘 가리고 약을 바를 뿐
가끔 잊었을 때 챙겨주는 사람이 있거나
그리고 다시 안 넘어지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