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마주 앉아

by 팬티바람

사정상 조금 늦은 생일상을

짝꿍이 차려줬다.

미역국에 고등어와

몇 가지 반찬들.

고마운 시간.


생전에 엄마는 아들 생일상을

늘 걱정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요리 못하는 엄마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식탁에 올려놓았지만

맛이 없다는 투정만 부렸다.

그 뒤로 엄마 집을 놀러 가면

날 위한 밀키트를 주문해 놓으셨다.


나는 맛에 대해 냉정했고

엄마는 본인의 한계에 냉정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만큼은

냉정함은

결코 좋은 감정이 아니란 것을

부쩍 깨닫는 요즘이다.


몇 년 만에 식사기도를 하고

집에서 사람을 마주 보고

밥을 먹었다.

밥 먹는 모습을 가감 없이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분명 축복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랑이다.


엄마가 하늘에서 보고

좋아했을 것 같다


긴 세월 동안 엄마한테 있어서

나의 식사시간은 축복이고 사랑이었겠지

돌아가시기 전 날까지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으니까.


연말이 되고 요동치는 마음도

조금은 안정이 되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조금 줄었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장례식장을 지났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유독 빛나고 서글퍼보였다.


트리에 수놓은 장신구들이

누군가의 눈망울 같았다.


분명 성탄절에도 누군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조금 더 생생하게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