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햇살 속을 걷고 팔이 익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씻고 그냥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양팔이 바깥쪽만 빨갛게 달아올라있더라구요. 씻을 때 따갑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냥 해를 쐰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수포가 올라오진 않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데다가 옷에 쓸리면 아파서 어제는 제법 선선했는데도 긴팔 옷을 입지 못했습니다. 태양이 나를 구워 Sun Burn 이라고 하나요. 빵집에서 종종 사먹는 번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내 상처는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아도 아무런 향이 없습니다.
대신 손을 올리면 따뜻해요. 태양이 나를 그을린 것이 아니라 내게 살짝 깃들었나 봐요. 내가 너무 기분좋게 햇볕 속을 걸으니 볕 한 조각이 툭 부러져 내속에 들어왔나 봐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이 햇볕을 기억하라고, 이 찬란하고 뜨거운 산책을 떠올리라고 하면서요.
심술궂은 날씨와 맞닿는 부분은 거칠게 달아올라 따갑지만 상처 속은 온화해서 시린 손을 올리고 자주 녹여주었습니다. 내게 남아준 햇볕 한 조각에 감사했습니다.
덧) 하지만 알로에를 발라주었어요. 수포 없는 일광화상은 알로에를 며칠 꾸준히 발라주면 금방 가라앉는답니다.
덧) 이 블로그는 느슨한 템포로 딱딱한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요. 조금은 풀어진 글도 올려보려고 합니다. 늘 그렇듯이 오는 듯 가는 듯 기억나실 때 편하게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