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타러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길모퉁이 식빵전문점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끝나가네요. 유기농밀가루를 사용해 식빵만 구우신다고 해서 오픈일을 적어놨어요. 지날 때마다 기웃기웃 가게안을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카운터와 진열대 설치가 거의 마무리된 것 같아요. 포스 기계도 들어와있어요. 개봉박두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버스를 타고 동네를 지나는데 아니, 이 동네에 이렇게 빵집이 많았나요.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 새로 생길 디저트 전문점, 오픈 행사중인 빵집들 간판만 눈에 들어와요. 분명히 아침에 치즈를 곁들인 빵과 커피를 배부르게 먹고 나왔는데 입에 침이 고입니다.
빵을 좋아해요. 내 영혼이 제일 맛있을 땐 아마 갓 구운 빵냄새를 풍길 거에요. 낯선 곳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있어요. 식물을 만난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리고 빵을 산다.
빵을 하나만 살 수는 없잖아요. 빵은 종이봉지 가득 담아 의기양양하게 끌어안아야 하죠. 빵을 가득 담은 봉지가 있다면 난 그날의 부자에요.
빵은 커피랑 먹어도 맛있고, 과일청을 탄 얼음 가득 탄산수와 먹어도 맛있고, 홍차에 곁들여도 맛있죠. 그리고 맥주하고는 환상궁합이에요.
에일이라면 폭신한 빵을 두툼하게 썰어서 함께 먹어요. 흑맥주라면 바삭한 빵을 얇게 썰어서 향이 연한 꿀을 살짝 발라 먹어요. 그렇게 맥주 한 잔의 사치를 누려요.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왔어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낮에는 적당히 덥고 저녁은 선선한. 이 무렵부터 노을이 점점 예뻐지죠. 낯선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난 의자에 앉아 저녁을 기다리고 싶은 계절. 그 동네의 빵집에서 산 따끈한 빵을 입에 물고 맥주 한 캔을 천천히 마셔요. 그렇게 노을을 건너 밤으로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