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by 별이언니

홀로 남은 개 한 마리가 이쪽을 보고 묻는다

거기서 혼자 뭐하시냐고

그냥 숨쉬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네


<구자불성> 중



얇은 천 가방에 시집을 넣고 폭우 속을 걸었다. 시집이 젖을까 봐 품에 꼭 안았지만 역시 네 귀퉁이가 울고 말았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며칠 동안 지하철에서 시집을 읽었다. 앞에 앉은 사람의 눈길을 책장 너머로 살폈다. 한 번쯤 눈을 들어 시집을 봐요, 이게 당신의 마음일지도 몰라요.

산뜻하고 개운한 자가 오후를 건넌다. 물구덩이를 건넌다. 물구덩이에 비친 하늘을 건넌다. 구름의 반 토막을 건넌다. 푸르고 희게 만들어주는 먼 빛을 건넌다. 너무 오래 날아와 미지근해진 열기를 건넌다. 적당해야 생존할 수 있다. 너무 가까우면 불타고 너무 멀면 얼어붙는다. 적당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꺾는가.

꽃을 꺾으면 비린내가 난다. 시들어 말라붙으면 희미하게 향이 떠돈다. 무엇이 나은 것일까.

시인은 어쩌면 새벽에 집을 나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만 열두 시가 되면 차분하게 불을 끄고 누워서 이십 분 만에 잠들 수도 있겠다, 고

그는 되뇌는 자일 테니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골디락스존의 끝자락까지 걸어가 불타는 폐허와 영원한 동토를 멀리 바라보며

살아있음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키는

이 순간을.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