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빨래를 개다가 문득 손등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이 결은 대체 무엇인가.
구겨졌다가 천천히 펴지는 시간을 잠이라고 한다. 문득 허기가 져서 뜨거운 밥 몇 술을 김에 싸서 먹었다. 이렇게 지나가는 감정을 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내일 또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서 신고 나갈 신발을 내려다보겠지. 자기 전에 내일 입을 옷과 신발, 가방을 챙겨 현관 앞에 둔다. 무언가 준비하는 사람처럼. 각오가 필요한 사람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 앞에서 매번 입술을 깨무는 시. 그 마음이 때로는 간곡하고 때로는 나지막하여 자꾸 돌아보았다. 멀리서 망가진 건반 하나를 길게 누르는 누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