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말은 목숨을 잃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는걸,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라는걸, 미온수로 지혈하는 사람이 누워있는 욕조가 턴테이블 위에 있어
돈다, 빙글빙글.
부드럽게 죽어가는 것이 나인지 너인지
연인들은 유서의 마지막에 꼭 자신의 이름을 적고
거울을 보고 한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여기도 있구나 싶어 안도했다. 아무리 봐도 나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걸.
옛날에 죽은 어느 시인은 서랍에서 실크 손수건을 꺼내 목에 감았다는데, 그렇게 부드러운 것으로도 뼈가 부러진다는데.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데 죽음은 봄밤의 공기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서
안심이 된다. 목련은 울고불고 지는 꽃이라 피어있을 때부터 귀신같았는데
까맣게 멍든 꽃잎의 뒤에 누군가 나의 이름을 쓰고 가는 일이 있을까.
거울을 뒤집고 편편한 나무판자를 확인하고 그래도 꿈에서 깨지 않아 한 바퀴 계절을 돌고
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