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이렇게 천천히 끝나가는 거란다.
라는 말에 무어라 반박을 하려고 입술을 떼다가 멈췄다. 그 말에 실린 홀가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나만 생각하는구나. 나에게 묶인 감정의 실만 매만지고 있었구나.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딸이고 형제이고 친구이기 이전에, 그이는 하나의 완전한 생명. 오롯한 존재인 것을 부정하고 있었구나.
아아, 나는 얼마나 잔인한가. 애정이라는 것은 얼마나 편향적인가.
하나의 생명으로서 오롯한 존재로서 나 또한 얼마나 자연스러운 스러짐을 갈망해왔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엄마는 건강하시다. 하지만 나도 엄마도 향하는 곳은 같다. 조그마해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져서 비눗방울처럼 폭, 생명의 세계에서 사라진다. 그 순간까지 열심히도 날아왔다. 발이 부르트고 손이 갈라지고 눈물이 얼굴을 깎아내렸다. 고통만큼 기쁨도 있었지만 고통이든 기쁨이든 결국 우리를 소진하는 것. 주먹을 꼭 쥐고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태어났을 때 대체 우리는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온 건지. 우리가 건너온 이전 세계는 도대체 어떤 세계였는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나도
열심히 소진해야지. 엄마의 평생보다 조금 더 빨리. 나는 엄마와 함께이고 싶으니까. 생명의 세계에서 엄마라는 비눗방울이 폭, 사라지면
나의 세계에서 빛이 꺼지고 남은 시간은 그저 암흑을 더듬는 일임을 아니까.
그러나 부정하진 말아야지. 하나의 생명이 한평생 충실하게 자신을 소진해 가늘고 얇아지는 시간을. 그건 오로지 그만의 권리, 그만의 영역. 나의 욕망을, 나의 소원을 투사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말아야지. 나는 그저 입술을 깨물고
지진과 폭풍을 견딜 뿐. 그에게 이어진 나의 세계가 영영 부서지는 것을 감수할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의 애정이란 이기적이라 꽃잎을 놓아주는 나뭇가지처럼 아름다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