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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진 시집 <한때 구름이었다>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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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그곳은 꼭 신화시대의 대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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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구름은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위태롭다. 덩치 큰 구름을 바람이 가볍게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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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대지인 것처럼 보인다 해도 착각하지 말라. 구름은 허방이다. 구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끝없이 추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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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함부로 마음을 내어주지 말라. 시는 위험하다. 마음을 허락하는 순간, 사로잡히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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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바람 한점에도 소스라치는, 느슨하고 허술한 관절로, 어둡게 걸어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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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영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시대의 대지와 같아서, 눈을 주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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