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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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은 어떤 상실로 우리를 데려간다. 나는 나달나달 풀린 스웨터의 소맷부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 실오라기를 당기면 삽시간에 풀릴까. 이 거대한 옷이 엄청난 실꾸러미로 변할까. 손가락이 빠져나온 실을 잡을락말락 하는 그 간격에서 시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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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 사라진 몸으로 문지방을 넘어 태연하게, 어느 여름으로 간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여름에 닿을 수 있나.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도무지 흐르지 않는 일들도 세상에는 있고, 시가 머물 곳은 바로 그런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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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망가져 버린 것을 알면서도 결국 이렇게나 많은 언어들이, 이렇게나 아름답고 투명한 시들이 흘러나온다. 상실을 완전히 확인하기 일보 직전에 멈춘 손가락은 떨리지도 않고. 단호하고 온화하다. 우리는 영원히 이 간격을 좁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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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고발할 수 없고, 아무 것도 치유할 수 없고, 무엇도 되돌릴 수 없는 무력한 시들은 커다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버린다.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이 태연한 망연자실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세상의 어떤 것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