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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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난 언제부터 울고 있었던 걸까. 왜 울고 있는 걸까. 다 잊어버렸는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조그만 그늘에 쪼그려 앉아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여름 소나기처럼, 내가 다 쏟아지면 저 햇빛이 금방 말리겠지. 내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도. 조용히 되뇌이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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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사람의 등으로 다정하게 떨어지는 손이 있다. 살짝 땀이 배어 있고 조금 떨리는 손이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이고 쓸어내린다. 이 다정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이 손을 내밀어야 해, 온 신경을 손가락으로 몰아 섬세하게 쓸어내리며 해를 가려 당신이 숨은 그늘을 넓히는 이가 있다. 그런 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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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의 시집은 위로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고요라던가 슬픔이라던가 이해라던가 병이라던가 하는 장애물 하나 없이 성큼성큼 바로 다가와 꼭 안아주는 위로. 내 어찌할 바 모를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파묻으면 뒤통수로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주는 위로. 우리가 지금 제일 필요한 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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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올해만큼 여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여름은 신비롭고 여름의 시들은 저마다 문이 있어서 어떤 짙푸름으로 어떤 산뜻함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어떤 여름은 관조였고 어떤 여름은 기도였으나 이 여름은 평화다. 고요하고 다정한, 내가 지금 꼭 마주 바라보고 싶은 어떤 눈동자로 나를 데려가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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