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시집 <물류창고>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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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누가 내 글을 읽고 냉정하다고 말했다. 다른 벗에게 이야기하자 그이는 내 글이 따뜻하다면서 반박했다. 몇 달 전 받은 문자엔 아프다고 적혀 있었다. 어떤 이는 날씨 맑은 날 가볍게 읽기 좋다고 했다. 어떤 이는 내 건강을 염려했다. 새침하고 발랄하다는 이도 있다. 묘하게 아름답다는 사람도 있다. 청승이 도가 지나치다는 사람도 있다. 전혀 공감을 못하겠다는 이도 물론, 있다. 그 모든 말들은 고맙다. 고마우면서 멀다. 다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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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는가? 라고 질문했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혼미하게.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 뭔가 중얼거리는 일이 잦은데 보통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이상한 문장 하나를 만들어 허공에 가만히 올려놓는데, 그날은 물었다. 누구에게? 일어나 머리를 빗고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것을 회의하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결국 완전한 이해를 원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사랑은 없는 거고, 환상이니까 놓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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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오해를 골목에서 조약돌 늘어놓듯 놓고서 담담하게 언어를 꺼내두지만 결국 사물 위로 어른거리는 것은 시인의 그림자, 사유의 그늘. 오랜 가뭄이 모든걸 태워버린 들판에 선 물류창고를 보라.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녹슨 지붕을 바라보며 잡초 무성한 마당을 가로질러가면 물류창고는 나사와 볼트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일상은 벨트 위에 실려 조립공정을 거친 후 완제품이 되어 박스 안으로 떨어지고 각 단계를 갈무리하는 손들은 정확하고 창백하다. 객관적 응시도 불충분하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세계는 움직이고 있으니. 이 좁은 물류창고 안에서도 시야는 제한되고 그래서 시인의 못견딜 결벽은 응시할 수 있는 한점을 치열하게 바라본다. 이 치열함도 결국 완벽에 이르지 못하고 우리는 모두 제각각의 착각과 오해로 뒤덮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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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좋다. 우리는 그저 세계의 지표면을 기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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