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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Jul 17. 2024

공동연구와 개인연구 사이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공부에 빠지다

2024년의 장마가 찾아왔다. 자연의 시계는 이렇게 어김없이 돌고 돈다. 어느새 7월이네, 한 해의 절반이 가버렸네 싶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럴수록 더 알차게 혹은 더 여유롭게 보내야지 생각하며 하루하루에 공을 들인다.


6월과 7월은 개인연구보다는 공동연구 주제에 빠져지내고 있다. 경기도 교사연구년 연구교사는 개인연구와 공동연구의 두 가지를 해야 한다. 보고서도 개인 보고서와 공동 보고서를 각각 30쪽 내외로 작성해야 한다. 개인연구는 처음 연구년을 신청할 때부터 고민하고 연구 계획을 세웠기에 오히려 수월하다. 반면에 처음 만나는 7명의 연구년 교사들이 모여 주제를 정하고 연구해 나가는 공동연구는 좀 부담이다.


내가 속한 공동연구팀의 주제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이 있다. 국가교육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자주 바뀐다. 2015 개정 이후에 2022 개정이 있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올해 초등 1, 2학년부터 적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년 2025년에 초 1~4학년, 중1, 고1이 적용을 받게 된다.  

국가교육과정이 개정되면 학교와 교사는 바쁘다. 달라지는 많은 것들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이라는 좀 크고 새로운 것이 생겨났다.  


학교자율시간이란 것은, 지역 연계 및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학교에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준다는 것은 훌륭하다. 각 학교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교육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100개의 학교는 100개의 서로 다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학교자율시간의 취지는 참 좋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과 현실이 다른 경우는 많다. 학교자율시간도 각 학교별로 필요한 과목을 개설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대의는 훌륭하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다 보면 벽과 벽과 벽에 부딪친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과목으로 개설하라 하니 교사들의 수업 시수 문제와 교원 소요와도 맞물린다.

교사가 모두 모여 협의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꼭 해야 하는 서류 작업이 너무 많다. 이미 하루하루에 치어 사는 교사들이 모든 신경 쓸 일을 접고 학교자율시간만 고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중학교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학교자율시간 과목을 만들어 내는 일은 한 두 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럴 경우 좋은 취지의 알맹이는 사라지고 빈 껍질만 남게 되는 법인데 그게 걱정이다. 정책을 만든 이들은 학교와 교사의 일상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공동연구를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책을 읽고 연구 논문들을 읽고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어떻게든 좋은 해답을 찾아보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7명이 온 오프라인으로 모여 어떤 식으로든 길을 내며 정리하려 애쓰고 있다.

그동안 각자 연구한 내용들을 가지고 교통 좋은 서울역의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공항철도 회의실 arex라는 곳인데, 분주하게 오가는 서울역 지하의 어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말끔한 공간이 나타나 놀랐다. 회의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일곱 멤버가 모여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환하게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며 방향을 잡아갔다. 고민한 내용들을 책으로도 묶어보자 의기투합했다. 뭐 어떤 마지막에 이를지 알 수는 없으나, 결과물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거겠지.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간다. 두툼한 서류 뭉치와 책 여러 권과 노트북이 들어있는 배낭은 무겁다. 하지만 평일에 도서관 가는 일은 사치이지. 이 사치가 주는 행복이 달다. 이제 곧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이 달콤함을 함께 누리게 된 이 땅의 모든 교사들에게도 축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격려와 따듯함을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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