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동료 모임
같은 해에 태어난 여자 넷이 같은 학교에 근무한다. 20년간 나는 메뚜기처럼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닌 편이라 현재 근무하는 학교가 일곱 번째 학교이다. 그동안 근무한 학교에서는 출생 연도가 같은 교사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네 명이라는 숫자는 대단한 인연이다.
반가운 마음에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의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회비가 필요하다는 말에 매달 만 오천 원씩 회비를 모은다. 그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부지런히 만나는 데도 신기하게 회비 통장 잔고는 늘어난다. 가끔 좋은 일이 생긴 사람이 밥을 사거나, 누군가의 집에서 모일 때는 호스트가 한 턱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너무 바쁜 학교 생활 탓에 한 달을 건너뛸 때도 있다. 학교는 그만큼 정신을 쏙 빼놓게 바쁘다. 회비가 쌓여가는 통장을 보며 우리는 해외여행을 꿈꾸는 중이다.
넷이 모두 학교에 있던 작년, 우연히도 넷 모두 수업이 없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시간 있었다. 그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회의실 구석에 옹기종기 앉아 수다를 나누었다. 그 시간이 있어서 모두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시간 덕에 우리 학교에서의 첫 해였던 한 선생님은 무사한 적응이 가능했다며 지금도 고마워한다.
올해는 내가 연구년이라 학교에 없다. 남은 셋의 수업 시간표에 같은 시간의 공강은 없단다. 게다가 작년보다 더 많이 바빠진 탓에 서로 그리워만 하면서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다는 슬픈 소식.
7월 모임은 방학식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6월 모임을 못한 탓에 할 말이 많았다. 같이 학교에 근무하는 셋도 얼굴 볼 겨를 없이 6월을 보내느라 공유해야 할 사건, 사고, 에피소드가 산더미였다. 늘 그렇듯이 학교 이야기는 웃기고 재미난 것보다는 한숨 나오고 답답한 내용이 더 많다.
가장 속 상한 것은 교사들 사이에 오가는 상처와 아픔이었다. 올해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많다. 그중 한두 명의 교사들로 인해 학교의 분위기가 얼마나 많이 바뀌는지(얼마나 많이 안 좋아지는지) 샘들이 쏟아내는 언어 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학교를 비운 사람으로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지난해에 학교가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관리자뿐 아니라 교사들 모두가 완벽하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업무로 인해, 힘든 학생과 학부모로 인해 지쳐가도 옆에 있는 동료들이 따뜻해서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학교 구성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교사의 곁엔 좋은 교사가 필요하다. 괜찮다며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존재가 너무나도 필요하다.
우리의 저녁 수다는 행복했으나 다들 머릿속 한 켠에 일거리가 들어차 있던 탓에 서둘러 모임을 정리해야 했다. 방학 전이었고 멤버 셋은 생기부 작성의 산을 넘어야 하는 사람들. 그 산을 넘지 않고는 여름방학에 들어갈 수가 없다.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헤어지며 맞잡은 손에 나는 집에서 포장해 온 드립백커피를 들려 보낸다. 연구년이라고 출근을 안 하는 나는 늘 이들에게 빚진 마음이다. 카페인 함량 높은 커피 마시면서 여름방학식날까지 부디 잘 버티기를. 내년에는 그대들과 함께 그 고락을 함께 나누어 지도록 할게. 1/4의 부피만큼 힘듦이 적어질 수 있기를 바라. 한 학기의 전쟁을 무사히 마친 나의 친구들, 그대들의 여름방학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