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연구년 중간보고회
8월 21일 수요일, 경기교사연구년 190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 펄펄 끓는 여름 더위가 밤낮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 국지성 폭우가 난데없이 내렸다 사라지고, 비에도 무더위는 꺽이지 않고 오히려 습도만 높아지는 힘든 여름의 한 가운데였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출근 정체가 더해졌고, 수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 막혔다. 그래도 재미있는 소설을 들으며 즐겁게 운전했다.
경기연구년 교사들은 매월 한 번정도 다 같이 모인다. 다양한 연수를 받기 위한 만남이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사계절 워크숍이 있고, 중간 보고회와 최종보고회가 있다. 전체 교사가 모이는 모임과는 별개로 일곱 명 내외로 꾸려진 팀별 모임도 월 1회 정도 만난다. 이번 모임은 전체교사가 모이는 중간보고회였다.
중간보고회 참석을 위해 출장 기안을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연구년 교사들이 처음 모인 것이 올 1월이었다. 그때는 8월이라는 단어가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8월이 성큼 와 버린 것이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두 눈 찔끔 세게 감았다 뜨며 현재를 감각한다. 아, 벌써! 달력을 바라보면 날짜 하루하루가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중간보고회에서는 아홉 분의 선생님이 본인의 중간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셨다. 교육연구, 정책연구, 교육회복연구의 세 개 영역에서 세 분씩 발표를 하신 거다. 연구년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오늘도 놀랍다. 선생님들의 능력과 열정 말이다. 연구 내용이나, 연구하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보고서 자체가 너무나 훌륭하다. 덕분에 발표를 들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참고하며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나눔의 시간은 늘 유익하다.
무엇보다도 제일 대단하다 싶은 것은 발표자로 자원해 주시는 선생님들의 용기와 나눔의 태도이다. 무대에 올라 많은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일 터이다. 발표를 한다고 해서 무슨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다들 꺼려하시는 일이니 제가 해 볼게요.' 라며 겸손하게 손을 드는 선생님들. 그분들이 참 고맙다. 어떤 조직에서든 그런 분들의 용기는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 따뜻함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배운다.
봄 워크숍과 여름 워크숍에서도 본인의 지식을 공유해 주시거나 풀피리 연주 같은 자신의 특기를 선보이기 위해 무대에 오르신 선생님들이 계셨다.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시간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관객으로서 행복했고 유익했기에 진심이 담긴 박수를 진하게 쳐드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앞으로 나서 주시는 분들은 늘 참 고맙다. 우리의 연구년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 그런 분들이 세상을 빛나게 한다.
이제 봄 여름 워크숍을 통과하고 중간보고회도 지나왔으니, 나의 연구년은 절반이 갔다. 아니, 절반이 남았다. 이제 가을 겨울 워크숍과 최종보고회를 지나면 끝이다. 하나씩 지워지는 일정표를 보면서 마음이 좀 다급해진다. 지난 절반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왔다. 남은 절반은 조금 더 통통하게 채우며 살아가야겠다. 무엇보다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여기저기 아픈데 많은 중년의 교사가 아니라 기운 찬 사람으로 내년 학교에 복귀하고싶다. 활기차고 씩씩하게 아이들을 만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