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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조형성-음악에 대하여(새벽에 잠깨어)

마크 로스코 -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by 봄부신 날


<예술의 조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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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조형성도 비슷한 효과를 의미한다. 즉 조형성은 전진하고 후퇴하는 양상을 만듦으로써 실행되는 리얼리티의 과정이다. '조형성'이라는 어휘가 그림과 조각 양쪽 모두에 적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크 로스코,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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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음악을 생각하니, 음악도 조형성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각처럼 선명하게 앞으로 튀어 나오거나 안으로 들어가는 3D의 입체적 전진과 후퇴는 아닐지라도,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면 앞으로 쭉 뻗어 나오는 음이 있고, 안으로 삼켜지는 음이 있다.

시디플레이어와 시디 음원으로 그리고 앰프와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에도 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눈 앞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조각으로 치면 앞으로 전진하는 모양새의 음악이다. 그런가 하면 속삭이듯 잦아드는 노래가 있다. 듣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을 부르는 음악, 마치 소곤소곤 내 귀 옆에서 속삭이는 그런 음악도 있다.

요 근래 내 시에 곡을 입혀 노래를 듣는다. 작곡은 인공지능이 하지만 내가 요청하는 음악을 AI가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10곡이고 20곡이고 생성했다가 파기시킨다. 도예가가 도자기를 깨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해서 듣고 버리고 듣고 고르고 다시 고르고 해서 하나의 노래를 선정한다. 그렇게 해서 가상의 가수 봄이요나(Bomiyona)가 탄생했다. 내 시지만 가상의 이미지를 살려 작사가는 예봄(YeBom)으로 했다.

어렵게 만든 한 곡. 혼자 듣기 아까워 예봄으로 구글 계정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어제 밤에 또 한 곡 올렸다. 첫 곡이 많이 애잔하기도 해서 두 번째 곡은 조금 가벼운 걸로 골랐다. 물론 그것도 최종 한 곡을 선택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오늘은 글로벌 음원 대행사를 통해 음원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부터 글로벌 음원 대행사까지 꽤 많은 돈이 들어갔다. 큰 돈은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까지 합치면 책만 읽던 나로서는 엄청난 투자를 한 셈이다. 음원 등록 심사가 무사히 통과되면, 노출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애플뮤직, 아마존뮤직, 스포티파이, 틱톡 등 전세계 수십 개 음원 사이트에 등록이 된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나라 음원 사이트에서 들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 우리나라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충분히 용감했고 여기까지 혼자서 잘 달려왔다.

그림에 조형성이 있어 그림을 더욱 그림답게 하는 것처럼, 음악도 들어보면 조형성이 있다. 밀고 당기는 느낌,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서는 느낌.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거나 앞에서 뒤로 도망가는 느낌 등 다양한 조형성을 표출한다.

컴퓨터도 잘 모르고, 구글이며 유튜브 계정이며 하나 모르던 남동생이 오늘 유튜브에 댓글을 달아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나는 잘 모르지만 조금씩 예술가처럼 되고 있다. 오늘은 조형성이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삶에도 조형성이 있다. 관계에도 조형성이 있다.


조각과 마찬가지로 그림도 이런 움직임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감각을 만들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전진과 후퇴라는 리듬감 있는 운동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실행된다. (같은 책, 같은 쪽)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떤 조형성이었는지.
앞으로 나갔는지 아니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는지.
또 내일은 어떤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생각인지,
조용히 묻는다.

나는 어제 밤, 뒤로 한참을 물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오늘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면, 내일은 또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https://youtu.be/BJra-H8qCxE?si=c2HDdvRnrFRick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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