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꿈, 현실이 되다
51번 실격
“51번 실격! 시험 코스 바깥으로 이동해 주세요.”
안내 방송이 나의 실패를 알렸다. 시험장 50여 명의 시선이 측은함을 담아 내 어깨에 내려앉았고, 나는 오토바이를 끌며 코스를 빠져나왔다. 달리의 시계처럼 시간은 늘어졌고, 나의 첫 2종 소형 면허 도전은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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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시작된 꿈
2종 소형 면허의 시작은 2010년, 딸과 함께 6개월간 발리에 머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번아웃으로 지쳐 있던 나는, 딸과의 유대감을 회복하고자 무작정 우붓으로 향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차량 렌트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선택한 건 스쿠터. 한 달에 몇십만 원이 드는 차 대신, 2만 원도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발리에서 스쿠터는 내 일상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장을 보러 갈 때도, 잠시 산책을 나설 때도, 나들이를 떠날 때도 늘 함께였다. 오토바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많은 순간들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달리다 보면 온몸이 지글거렸고, 먼 마트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은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녹아내리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보다 오토바이가 준 자유가 훨씬 값졌다.
물론 사고도 있었다. 길가의 모래에 미끄러져 넘어졌던 날, 바지는 찢어지고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낯선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일어섰던 그 경험은 오히려 오토바이에 대한 내 시선을 더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바꿔주었다. 이후 오토바이는 내 여행 버킷리스트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언젠가 2종 소형 면허를 꼭 따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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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도전
시간은 흘러, 2024년 3월. 나는 드디어 그 꿈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합격률 한 자릿수.”
“키 165cm 이상 아니면 학원 등록조차 어렵다.”
2종 소형 면허 시험은 이런 소문으로 악명이 높았다. 160cm인 내 키는 분명 약점이 될 터였다. 남편과 남동생은 “어차피 못 딸 거야”라며 단정 지었다. 오히려 그 말이 나를 더 자극했다.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20대에 자동차 면허를 땄던 학원을 다시 찾았다. 긴장으로 손에 땀이 맺힌 채 접수처에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직원은 담담히 말했다.
“연수장에 가서 강사님한테 테스트받으시고 등록하세요.”
그 순간,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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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용기
연수장에는 10여 대의 오토바이가 시험 코스를 돌고 있었다. 그 가운데 중년의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이세요?”라고 물었지만, 부릉거리는 소리에 내 목소리는 묻혔다. 다시 크게 외쳤다.
“테스트받으러 왔습니다!”
강사는 말없이 오토바이 한 대를 끌고 오더니 건넸다.
“이거 타고 한 바퀴 돌아봐요.”
순간 망설임이 밀려왔다. 발리에서 탔던 스쿠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무거워 보였다. 내 발은 겨우 땅에 닿았고, 핸들은 묵직하게 버텼다. 몸이 후들거리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대로 포기할까?’
그때 또 다른 강사가 다가왔다.
“뭐가 문제예요? 걱정 말고 타 봐요. 내가 잡아줄 테니.”
그는 오토바이 뒤를 잡아주며 말했다.
“앞만 보고 직진하다가 살짝 핸들 꺾으세요. 자, 시작! 할 수 있어요.”
순간 마음속에 힘이 솟았다. ‘그래, 해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지.’
떨리는 손으로 오토바이를 곧추세우고 앞으로 나아갔다. 직진, 좌회전, 정지. 완벽하진 않았지만 해냈다. 강사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사무실 가서 등록하세요.”
나는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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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도전, 달콤한 성취
그렇게 시작된 10시간의 연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시간씩, 토요일 시험을 목표로 달렸다. 굴절, S자, 장애물, 좁은 길 코스 중 굴절이 가장 큰 벽이었다. 수없이 반복해도 감을 잡았다 놓치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날엔 오토바이를 한 번 넘어뜨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했다.
첫 시험은 아쉽게 실패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두 시간 더 연습한 뒤 두 번째 시험에 응시했고, 그 자리에서 만점을 받았다.
10여 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소망이 마침내 현실이 되던 순간, 가슴 가득 달콤한 성취감이 차올랐다.
이제 나는, 진짜로 오토바이와 함께 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