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의 환대치고는 너무 매운 맛
타이난 어학연수가 2주 차를 넘기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의 다정한 친절과 캠퍼스를 채운 싱그러운 나무와 꽃들. 하루하루가 생동감 넘치는 기운으로 가득했다. 적어도 '그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밀린 청소를 하려 집주인 아저씨가 알려주신 창고 문을 열었다. 문에는 "모기가 있으니 열어두지 마시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기분 좋게 청소도구를 꺼내 집안을 쓸고 닦았다. 지금 돌이켜봐도 의아한 건, 그 현장에 머무는 동안 어떤 이상한 낌새도, 날카로운 비행음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폭풍은 그날 오후에 몰아쳤다. 반팔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이 말 그대로 '벌집'이 되어 벌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자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멀쩡히 깨어 있는 사람의 팔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동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근처 마트(PX마트)로 달려갔다. 직원은 내 팔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약국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구글 지도가 안내한 약국에서 급히 연고를 사 발랐지만, 가려움은 잠시뿐. 물린 부위는 더 붉게 성이 났고 탱탱 부어올랐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집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베란다 방충망의 해묵은 구멍들을 발견했다. 즉시 집주인 황 아저씨에게 처참한 팔 상태와 방충망 사진을 찍어 라인을 보냈다.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라도 붙이겠다는 내 말에 아저씨는 그날 오후 곧장 달려와 직접 보수해 주셨고, 다음 날엔 방충망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셨다. 이제 이 소동도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방충망을 갈고 살충제를 잔뜩 뿌린 날은 잠잠한가 싶더니, 바로 다음 날 이번에는 내 다리가 벌집이 됐다. 붉은 반점이 다리를 뒤덮고 부어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나 같은 경우는 없다니, 나만 타깃이 된 건가 싶어 서러움까지 밀려왔다.
전략이 필요했다.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의 코빼기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형체도 없고, 소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고민 끝에 AI 제미나이에게 물으니 전자 액상 모기향과 기피제를 추천해 주었다. 황 아저씨 역시 형님께 따로 여쭤보기까지 하며 '모기장'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제안해 주셨다. 어떤 모양이 좋은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상세한 정보와 함께였다.
결국 대만의 다이소라 불리는 '샤오베이(小北百貨)'까지 뒤졌으나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 인터넷으로 모기장을 구입했다. 기피제와 전자 모기향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이제 모기장으로 완벽한 요새를 구축해 승기를 잡으려 한다.
살면서 벌레와 이토록 처절하게 싸워본 적이 있었나 싶다. 적이 보이지 않기에 더 막막하고 무서운 전쟁. 하지만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나는 조금 더 깊숙이 타이난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