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라는 목적지 대신, 과정이라는 여행지를 걷다
토요일 아침, 동네의 오래된 또우장(두유) 노포를 찾았다. 국립성공대학교 어학당에서의 첫 주를 무사히 마치고 맞이한, 더없이 느긋한 아침이다. 갓 튀겨내 고소한 향기를 풍기는 요우티아오와 따뜻한 또우장을 받아 들고 앉을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마침 혼자 식사 중인 인상 좋은 아저씨를 발견해 조심스레 합석을 청했다.
설탕을 넣지 않은 담백한 두유 한 모금을 머금자, 기분 좋은 온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맞은편 아저씨 역시 토요일의 여유를 한껏 만끽하는 듯 보였다. 타이난 사람 특유의 다정한 느긋함 덕분이었을까. 낯선 이에게 말을 걸 용기가 샘솟았다. 짧은 중국어로 내 소개를 건네자 아저씨의 화답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대화의 80퍼센트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우리가 통성명을 나누었고, 이 집이 아주 오래된 맛집이며, 아저씨가 아는 한국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계신다는 것 정도를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언어의 빈틈은 미소와 눈빛으로 충분히 채워졌다. 먼저 자리를 뜨며 오토바이로 떠나기 전 한 번 더 인사를 건네주던 아저씨. 참 근사한 타이난의 멋쟁이였다.
아저씨가 떠난 빈자리에 앉아 지난 월요일부터의 시간을 가만히 되짚어 보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설렘 뒤에는 사실 이십 대 학생들 사이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옆자리 짝꿍이 내 딸과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막막함은 현실로 다가왔다. 그 간극을 메우고 싶어 매 순간, 매 수업마다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했다.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 나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변화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화요일 우슈 수업, 20대 청년들 틈에서 나는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동작을 흉내 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밑바닥에서 활력이 차올랐다. 금요일 보드게임 이벤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에서 온 스무 살 교환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전 처음 보는 게임의 규칙을 익히며, 나는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번 한 주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성취'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였다.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도 즐거운 대화, 멋지게 해내지 못해도 즐거운 우슈 동작, 이기지 않아도 즐거운 게임.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배우고 넓어지는 나를 만나고 싶다.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툴게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온전히 누리는 것. 그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