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1년 어학연수를 시작하며
어제저녁 무렵, 생애 처음으로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지진을 겪었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곧 지진임을 깨닫고는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실제로는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흔들림의 시간이었다. 하룻밤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멀미가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어학연수를 위해 타이난에 도착한 것이 지난 토요일이다. 1년을 계획하고 온 터라 자취방도, 해외 의료보험도 1년으로 계약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진도 4의 강도로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저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게 옳은 선택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일단 현지인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체크해 보기로 했다. 라인으로 메시지를 넣었더니 한참 뒤에 답장이 왔는데, 지진이 났을 때의 일반적인 지침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에겐 이 정도 지진은 일상이라는 뜻이리라. 지진이 처음인 '애송이'인 나만 혼자 벌벌 떨고 있었던 셈이다.
그 뒤로 여진이 한 차례 더 왔고, 처음보다는 한 단계 낮은 강도와 시간으로 지나갔다. 지난 1월 타이난 한 달 살기를 할 때도 지진 소식을 대만 기상청 알림으로 받았었지만, 그때는 실감하지 못했다. 진앙지에서 멀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진앙지가 타이난 시청 반경 50km 이내였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물건이 떨어지거나 건물에 금이 가고 전기가 나가는 일은 없었다. 대만은 이런 일이 잦아 대비가 잘 된 덕분인 것 같다.
언제나 새로운 곳에 가면 알지 못했던 것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간접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번 지진처럼 몸소 겪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지진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너무 좋아 1년이 아니라 2년도 머물 수 있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지진 직후, 나는 당장 짐을 싸서 집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만큼 나는 나약한 존재였다.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한 발씩 나아가 보려 한다. 26년간 계획하고 꿈꾸던 이 길을 묵묵히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