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감정이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25년 동안 마음속에만 품어두던 곳을, 나는 2주 동안 머물렀다.
25년 전, 다람살라에서 10일간의 묵언수행을 하며 처음 인도를 만났다. 그때부터 명상과 공동체에 관심이 생겼고, 여러 곳 중에서도 유독 오로빌이 마음에 남았다. 방문은 계속 미뤄졌고, 어느 순간 오로빌은 ‘언젠가 꼭 가야 할 곳’이 되었다.
딸과 함께한 그리스 여행을 마친 뒤, 혼자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타고 첸나이를 거쳐 오로빌에 닿았다. 새벽이었다. 긴 여정의 피로가 남았지만, 숙소 문을 열자 오래 기다렸던 장소에 드디어 닿았다는 사실이 천천히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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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구 앞에서 멈춰 선 시간
오로빌의 중심, 마트리만디르(Matrimandir)는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방문자 센터에서 영상을 본 뒤 미니밴을 타고 이동했다. 도착하자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짐을 맡기고,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길을 따라 황금빛 구를 향해 걸었다.
정해진 인원과 함께 구조물 안으로 들어서니 경사진 통로가 나타났다.
양말을 신고 카펫이 깔린 길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완전한 침묵 속에서 10분간의 명상이 주어졌다.
하지만 막상 그 안에 앉아보니, 벅찬 감정이나 깊은 평온함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낯선 감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한 공백에 머물렀다.
명상이 끝나고 크리스털 볼의 빛이 바뀌자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익숙한 공기와 소리, 구 주변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자 비로소 편안함이 돌아왔다.
잠시 물가에 앉아 있다 ‘열정(Passion)’ 명상방에도 들렀다. 일루션 예술에서 느낄 법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방이었다.
전체적으로 마트리만디르 주변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곳에서 흐르는 시간은 느리고, 마음은 자연스레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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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오로빌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 둘 곳이 하나쯤 필요하다.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 말이다.
나에게 오로빌은 오래전부터 그런 곳이었다.
직접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전에 오로빌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하나의 안식처가 되어 있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정작 그곳에서 특별히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로빌이 내 마음속 흔들림 없는 좌표이자, 나를 지탱해 준 안식처라는 사실. 그 존재의 의미만으로 충분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 한쪽에 기대 이상의 잔잔한 감사가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