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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doo Jun 17. 2020

주방친구들 오늘도 수고했어.

 코로나가 바꾼 일상 중 하나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 횟수가 확연히 늘어 났다는 것이다. 그 전엔 주말에는 당연히 나가서 외식을 했고 주중 에도 한 번 정도는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즐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식하기가 꺼려져 하루 종일 집에서 세 끼 밥을 해먹다 보니 돌밥 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하는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주방은 하루종일 보글보글 달그락 달그락 탕탕 바쁘게 돌아간다.

 어느 날 이었다. 늦은 저녁까지 살림을 마치고 세척이 끝난 식기 세척기의 문을 여는데 스팀이 뿌옇게 뿜어져나왔다. 수증기가 걷히자 하룻동안 사용했던 그릇들이 반짝 반짝 해진 자태를 드러냈다. 생각해보니 그 날은 식기 세척기를 두 번 돌렸다는게 떠올랐다. 방금 나온 그릇 중에는 오늘 식기 세척기에 두번 들어 갔다 나온 녀석들도 있었다.

 '참 너희들도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가만히 쳐다 보고 있으니 그릇 들이 수다를 떠는 것 처럼 보였다.

 "야! 오늘도 수고 많았데이"

 "내는 여기 오늘 두 번 들어왔따!"

 "내도! ㅎㅎ"

 "잘했다. 이만 눈붙히그라."

 "낼 개학이다. 바쁘데이"

그릇들의 수다를 들으며 나도 잠 잘 준비를 시작했다.

 

 코로나는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주방에 사는 이 녀석들도 나와 함께 여전히 바쁘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답답한 이 상황이지만 그래도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일상이 계속되는 것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코로나는 어디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장을 본다거나 간단한 볼일을 보는 일상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그저 우리는 모두 행운에 기대어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를 가로막는게 비단 코로나 뿐이겠는가. 오늘 하루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상을 살았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하루도 사실은 굉장한 행운이 따르는 하루인 것이다. 

내일도 사랑하는 모든 이 들이 평범한 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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