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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어떻게, 좀 안 될까?

어느 직장인의 깨달음

인생이 너무 지루해요. 뭘 해도 재미가 없어요.



  A씨의, 인생에 관한 솔직한 감상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매일같이 퇴근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직장에 있는 시간보다는 그래도, 퇴근 후의 시간이 그나마 더 즐겁고 설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퇴근 후 ‘무엇을 하며 저녁 이후의 시간을 즐길까?’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재미있을 만한 것’이 없어 허무하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 A씨는 우선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집에 있는 반찬 아무거나 대충 차려놓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매일 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다.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먼저 하는 일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는 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미 직장에서 틈틈이 최신 글 다 봐 둔 상태라 굳이 들어가 봐야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다.     


  유튜브, 넷플릭스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감수성 풍부하던, 아직 직장인 아니던 시절에는 감동적인 영상에 감동할 줄 알았고 슬픈 영상에 슬퍼할 줄 알았다. 물론 재미있는 영상에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도 아니다. 특히 영화를 볼 때 A씨는 자신도 모르게 평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곤 한다.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슬프다’가 아니다. ‘이만하면 사람들이 재밌어하겠네’, ‘사람들이 슬픈 영화라고 추천할 만 하네’, ‘이 감독 이번 영화 망했으면 일감 끊길 뻔했는데 다행이네’ 등등.          



인생 재미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날 문득 A씨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매일 집에 와서 휴대폰만 보는 것도 지겹다. 매일 퇴근만 기다리는 이 단조로운 삶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 것이냐. 그나마 먹는 것에 재미 붙여 이것저것 매일 배달음식 시켜먹다 보니 살만 찌고 있는데 이것보다는 살도 덜 찌고 더 ‘나은’ 인생의 즐길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늘 하던 것이라 지루하다면 그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노래, 요리, 공예, 사진 등 새로운 것을 배워봐야 한다. 동호회 가입, 각종 모임 참여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때때로 여행을 준비하고 새로운 볼거리들을 만나야 한다. 평소 접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머리 속에 새 생각들을 담아야 한다.     


  사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삶이 더 재밌어질 거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늘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A씨 스스로가 도무지 그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행동을 하질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지금처럼 산다고 뭔가 저절로 달라질 것은 없는데, 뭔가 바꾸어야 함은 필연인데 왜 그렇게 하질 못하고 시간을 마냥 낭비하고 있을까. 그것은 A씨가 가진 어떤 생각들 때문이었다.          



‘그걸 해도 별로 재미없을 거야.’
‘시간 쓰고, 돈 쓰고, 에너지 쓰느라 오히려 힘들기만 할 것 같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는 일일거야’
‘과연 그런 거 좀 새로 해본다고 삶이 달라질까’         



  A씨를 지켜보고 있던 친구 B씨가 한마디 한다. 바로 그 ‘생각들’이 문제라고 말이다. 막상 해보면 분명 다를 것인데 왜 해보지도 않고 미리 새로운 것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느냐는 것이었다. A씨는 생각했다. 인생이 재미없다? 결국 문제는 시도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어떤 것들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인생, 내가 살면 얼마나 살아봤는가. 어른 된 지 좀 됐고, 이제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 알게 된 듯싶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일개 개인이, 감히 가늠하기에는 평생 다 못 해볼 것, 다 못 먹어볼 것, 다 못 가볼 곳 천지인 게 이 세상이다. 사는 것이 재미없다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일러도 너무 이르지 않은가.


  A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문제는 내 생각들이 아니었나 싶어서다. 하긴 그랬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도 별로일 것 같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생각보다 푹 빠지게 한다’ 싶은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계속 뭔가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충분히 인생 재미있게 살 수 있었는데 언제나 생각들이 먼저 앞질러 초를 치느라 반복적인 삶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이제부터 A씨는 스스로를 믿지 않기로 했다. 해봤자 달라질 것 없다는 둥, 거기서 거기라는 둥, 그런다고 뭐가 더 나아진다는 둥 온갖 깽판을 놓는 자신의 그 어설픈 생각들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생각보다 행동과 실천이 앞서도록 하기로 했다. '그래, 일단 저질러보자. 왜? ‘막상’ 해보면 다를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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