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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고식? 타인보고식 인성검사!

자기보고식 검사의 가능성 넓히기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 자신일까?


 여러분이 알아가고 싶은,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A가 누구인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 또 어느 분야에 흥미를 가졌으며 가진 재능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공법이다. 즉, A에게 자기소개를 시켜 봄으로써 우리는 A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A가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을 가능성, 혹은 왜곡/축소/과장해서 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혹은, A 자신조차도 미처 깨닫지 못한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렇다. A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채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A의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A에 관한 소개를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A가 다닌 학교, 선택한 전공, 참여하는 모임, 다니는 학원 등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도 A를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없는 게 없는 시대 아닌가. 특히 SNS는 놀라울 정도로 특정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A의 SNS 속 게시글, 지인들의 댓글, 활동기록 등 속에는 A에 대한, 어쩌면 A 스스로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그의 어떤 비밀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맥락을 바꿔보자. 인사고과 시즌이 되면 회사에서는 무엇을 할까? 직원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역량 평가, 업적 평가, 근태 평가 등등 종합적인 평가 절차를 통해 우수한 직원에게는 더 많은 상을, 미흡한 직원에게는 피드백을 주어 각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상적인' 인사평가 제도를 구축하고 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윤활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정성이다(혹은 공정성에 대한 지각(perceived-)). 기준이 모호하다거나, 주관적이라거나, 고려해야 할 것이 다 고려되지 않았다거나 등등. 납득할 수 없는 인사평가 결과는 직원의 사기 저하, 직무만족도 저하, 이직의도 증가 등과 관련된다.


 그렇다면 공정한 인사평가는 어떻게 할까?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져야 할 '덕목'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교차검증'이다. 평가 기회를 여러 번 두어 평균을 내든, 가중치를 달리 하든 '종합 점수'를 내는 것이 단발성 검증보다는 더 체계적이며, 더 타당성 있는 절차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자기 평가, 상사 평가, 동료 평가, 전문가 평가 등등을 종합하는 이른바 다면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다면평가적 요소'를 자기보고식(self-report)
인성검사로 끌고 들어올 수는 없을까?



 자기보고식 검사는 제한적이다. '나'를 내가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어서다. 또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는 정말 다르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는 비록 연구 테마가 유사하더라도 단지 관점의 차이 하나만으로도 연구방법, 가설, 결과 등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intrapersonal vs. interpersonal)(대학원 때 종교심리학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심지어 당시 교수님께서는 '나와 나의 관계(intrapersonal)', '나와 너의 관계(interpersonal)'에 '나와 초월자와의 관계(transpersonal)'를 더하여 설명해주기도 하셨다).


 인성검사에 다면평가적 요소, 즉 '남'의 시각을 끌어들이면 인성검사가 보여주는 '나'의 모습이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보통 채용인성검사는 자기 자신이 보는 것이지, 주변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응답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는다. 한국 정서상 채용인성검사는 '시험'의 일종이고, 시험은 자기 자신이 봐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테고, 응시자 지인을 수소문하여 인성검사를 부탁하자니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노력도 드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면평가로의 완전한 전환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다면평가스럽게 문항을 만들어보는 수밖에.


1) 먼저 '나'를 여러 관점에 따라 나눠보자.


내가 제법 잘 알고 있는 나

내가 흐릿하게 알고 있는 나

남들이 제법 잘 알고 있는 나

남들이 애매하게 알고 있는 나

나에 대한 남들의 반응을 예상하는 나

남들이 예상하는 나를 예상하는 또 다른 나

등등...


2)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나'에는 여러 '태도'가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 자기(있는 그대로에 가까운 내 모습)

이상적 자기(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당위적 자기(나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등등...


3) 끝이 아니다. '나'는 성격으로만 이뤄진 존재인가? 아니다.

성격

능력

흥미

가치관

등등...


 1)과 2)와 3)을 조합하면 엄청난 경우의 수가 나온다. 위에 적은 것만 고려하더라도 6 X 3 X 4= ...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급적 인성검사 문항에 반영한다면 가령 이렇게 리스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나는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착하다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듣는다

내 생각과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착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친구들은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나는 선과 악을 엄격히 구분한다

나는 착하게 사는 삶이 좋은 삶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


 '착하다'는 특성에 대한 '유사(quasi-) 다면평가'의 예시다(위에 적어놓은 것들만 고려해도 너무 길어져서 당장 생각나는 대로만 임의로 구성하였다. 그래도 '자기평가'만 두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사 다면평가'라고 나름 이름을 지어 본 이유는, 아무리 여러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고자 노력했다 하나 본질적으로는 모든 문항에 대한 답변을 결국 자기자신이 하게 되니(self-report) 그렇다.





 일찍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주제넘게 생각하자면 어쩌면 인성검사는, 아니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참 오묘하다. 정말 누군가의 말마따나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우주가 자리잡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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