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단상
퇴근길의 지하철 환승 구간은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집에 오는 길은 1호선을 타고 가산디지털 단지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거나, 4호선을 타고 이수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동네까지 앉아서 한 번에 올 수 있는 버스가 있지만, 특정 구간의 극심한 정체로 지하철 보다 시간이 1.5배 이상 소요돼서 이용하지 않는다.
이사 후 지난 8개월 동안 러시아워 퇴근길엔 늘 1호선을 타고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내려서 7호선 환승을 위해 잰걸음으로 이동하곤 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태원 참사를 방불케 할 정도의 인파가 몰리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이수역 환승을 시도할 때, 가산디지털단지역보다 더 많은 시람이 몰리는 걸 보고 4호선은 아예 이용하질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지인의 아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1호선보다 4호선을 선호한단 얘길 들었다. 1호선 구간이 4호선보다 길어서 훨씬 이용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며칠 전 러시아워 퇴근길에 4호선 환승을 시도했다. 적당한 속보로 이동하니 4호선과 7호선 모두 별로 붐비지 않았다. 뛰거나 아주 빠른 걸음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왜 진즉에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한 번의 잘못된 경험으로 인해 8개월을 고생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게 늘 좋은 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