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밤이 두려운 남자랍니다)
제35일 차 :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이제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회복속도를 높여가는 초록잎새다.
하루 중 오전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 와중에 후배가 찾아왔다.
그의 손엔 봉투가 들려 있는데 직접 농사를 지은 홍화씨였다.
고교 2년 후배 종원이는 소문과 다르게 겉모습만큼은 정상인 같은
아내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귀한 선물이다.
뼈 붙는데 최고인 홍화씨가 아닌가?
더구나...
수입품이 판을 치는 세상에 직접 농사지은 거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후배가 가고 난 얼마 후...
앞집, 아랫집, 옆동의 이웃들이 찾아와
한동안 수다로 이야기 꽂을 피우느라 병상의 지루함을 덜었다.
주말엔 특별한 진료가 없다.
재활 치료도 쉬어가는 날이라 오후엔 직접
마누라님 재활 훈련을 시키려 나가는데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영혼이 맑은 계족산님 부부가 찾아오셨다.
내일 춘천 마라톤 출전을 하는데 라이벌 초록잎새가 없어
아쉽다는 계족산님은 얼른 회복하여 건강한 몸으로
주로와 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엔 잠깐 짬을 내 집에 다녀왔다.
이젠 목발을 짚고 화장실 정도는 갈 수 있고
화기애애한 병실 가족들이 보살펴 주시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 간 마음을 터 놓고 지내다 보니 항상 우리 병실엔 웃음이 넘친다.
힘든 투병 중인 환자끼리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젠 가족 같다.
밤 10시...
어김없이 찾아든 진통으로 초록잎새가 괴로워한다.
그 강도가 점점 더 약해지는 게 위로는 되나 그걸
바라보는 보호자의 마음은 그래도 역시 괴롭다.
그런 이유로 나도 이젠 우리 나이 때의 여느 남자들처럼
마누라 때문에 밤이 두려운 남자가 되었다.
- 한밤중에 15층 병동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야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