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19일 차

(초록잎새 몸에 삽입된 소변관 제거한 날)

by Yong Ho Lee

제19일 차 : 2016년 10월 06일. 목요일

태풍 차바가 물러간 아침.

하늘빛은 언제 그렀냐는 듯 쾌청하다.

이른 아침 병원을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마누라님은 오늘 또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나를 기쁘게 해 줄지 궁금하다.

오늘따라 거리의 국화꽃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마누라님~!"

"간밤에 잘 주무셨나?"

나의 물음에 마누라님이 그런다.

"서방님이 그리워 밤새도록 잠을 못 잤네요."

순간...

앞자리 옆자리 입원환자와 간병인들이 되짚어 진다.

ㅋㅋㅋ

초록잎새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력을 찾아가는 중이다.

저런 농담을 할 정도로.....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와 소변줄을 제거한다.

병상옆에서 지켜보던 난 쫓겨났다.

30년 넘게 살아온 남편인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마누라가 이상한 건지 내가 이상한 건지 아리송...

그런 이유로 아내는 대, 소변이 자유로울 때까지 간병인을 쓰겠단다.


오늘로써 초록잎새의 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산소 호흡기 그리고

양쪽 페와 소변에 삽입된 관은 물론 각종 항생제와 링거를

투입하던 주삿바늘까지 깔끔하게 제거되었다.

그간 마라톤과 산행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이다.

매일 아침 만날 때마다 초록잎새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이나 회복을 향한 쾌속항진 중이다.


소변줄이 제거되었으니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입원 후 처음으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본

아내의 얼굴에서 개운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골반을 고정시킨 지지대가 휠체어에 닿아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좀 더 편리한 휠체어를 의료기 판매점에서 대여받았다.

아직 봉합 수술을 받은 왼쪽다리는 힘을 쓸 수 없어

휠체어 앉기도 힘들지만 오후엔 한번 더 시도를 해 봐야겠다.


점심시간이 임박해서

뜻밖에도 안전처에 근무하는 고교 후배 민식이가 찾아왔다.

고된 일정에 쉬어야 하는 후배에게 미안하다.

잠깐 이야기를 하는데 후배 아버님이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이란 말을 들었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후배가 안쓰럽다.

병원에 와 보니 새삼 건강의 중요성이 피부로 와닿는다.


오후 한나절...

병상의 지루함을 달래주려 사노라면이 다녀가자

이후부턴 시간이 잘 흐른다.

그러다 저녁 무렵 병실을 나왔다.

내일 마셔야 할 물도 준비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기에...

점점 더 좋아지는 아내의 회복이 눈에 띄게 좋아지니 집으로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따라 집으로 향한 풍광이 왜 이리 이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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