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의 병상일지 18일 차

(어둠을 밝히는데 한줄기 빛이면 족하다)

by Yong Ho Lee

제18일 차 : 2016년 10월 05일 수요일

수요일 아침.

태풍 차바의 영향권에 들어 비가 내린다.

걸어서 병원을 향하다 빗줄기가 굵어 저 포기하고 차로 이동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초록잎새가 전날 저녁에 파라다이스가 다녀 갔다 전한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파라다이스 함께 했던 옛 추억들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살아나 많은 감정들이 교차한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 소중하다.

그런 인연들이 아름답게 지속되는 건 본인 노력이 중요하다.


오늘 오전엔 골반뼈 접합 진행 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X레이 촬영이 있어 침대를 끌고 1층 영상실을 다녀왔다.

부디..

철썩 잘 붙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X레이 촬영 후 피곤했나 잠이 든 초록잎새 곁을 지키고 있는데 비담님의 카톡을 받았다.

비 오는 날 커피 향 즐기시고 향긋한 빵을 드시며 쾌차 하라는 뜻을 담아

파리바게트 선물 교환권을 보냈다.

고마우셔라~!

이런 걸 써 본 일이 없는 촌놈이라 마누라한테 물어보고 맛난 거나 사다 줘야겠다.


점심시간이 임박해서 카톡이 온다.

서울에서 만보님과 우리들님, 전경식 님이 망향 휴게소를 출발하셨단다.

일단 차를 집에다 놓고 비가 그친 거리를 걸어 병원에 다시 왔다.

얼마 후 도착한 만보님 일행을 맞는다.

우리들 누님이 초록잎새의 손을 잡고 안쓰러워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다정한 산우님이라 힐링의 시간이 된다.

중환자실의 초록잎새를 볼 땐 눈시울을 붉히던 만보님이

부상에서 많이 회복된 초록잎새를 보더니 나보다 더 좋아 연신 싱글벙글이다.

함께 오기로 한 AM트래킹 사장 희선님은 김민희 팀장이 아파 누운 탓에

업무 공백으로 함께 올 여력이 없었단다.

우리 부부는 그런 마음만 전해 들어도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먼 길 오셨으니 갈길 또한 바쁘다.

함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끝낼 때쯤 커피 라도 대접 하겠다며 비담님이 찾아오셨다.

커피 전문점에서 정담으로 시간을 보내다 서울 문병팀을 보내 드리고 병원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체 한 것처럼 명치끝이 아파온다 하여 소화제 처방을 받았다.


저녁식사 시간...

약을 먹기 위해 마지못해 몇 수저를 넘긴 초록잎새가 힘겹게 눕는다.

잠시 무료한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핸드폰으로 페북을 보는일...

그러다...

평소 올바른 사회관을 갖고 있다 생각한 페친이 올린 글에 발끈했다.

철도, 의료, 전기, 물, 가스 등등...

공공재는 이익을 추구하는 운영이 돼서는 안된다.

적자가 당연하며 그런 운영이 실질적으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다만...

낙하산식 사장과 이사진등 윗전에 대한 인사정책은 개혁의 대상이란 게 내 생각이다.

당연 댓글엔 감정이 실렸다.

그럴 필요성까진 없는데 역시나 발끈하는 내 성질 탓이다.

서로 간 좋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남의 기분을 망처 놓고 나니 내 마음은 더 불편하다.

내 코가 석자인데 당분간 우울한 정보만 가득한 페북을 멀리 해야겠다.

왠지 그러고 나니 피곤이 몰려들어 마누라님이 상처를 치료받고 드레싱을 하는 걸 지켜보고 가려다

그냥 일찍 집에 가려니 마누라가 잡는다.

"이젠 내가 살만하다 이거지~?"

"에고~!"

그런데 마누라님이 잘 잡았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퇴근하던 황태자(강경수)님이 문병을 오셨다.

이젠 초록잎새의 표정이 중환자 수준을 벗어나 회복 단계에 와 있어 편안하다.

이렇게 지인들이 하나 둘 찾아주고 걱정해 주신 덕이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요즘 화두가 세상을 살아가려면

各自道生(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게 순리요 진리다.

요 몇 주간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힌 기분였다.

그런데...

그런 어둠을 몰아내는데 한줄기 빛이면 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한줄기 빛이 바로 나의 산우들과 이웃 그리고 소중한 나의 가족들이다.

함께 걱정하고 울어주고 손잡아 주며 위로는 물론 실질적인 도움을 주던

지인들이야 말로 우리 부부에겐 절망의 어둠을 몰아내던 한줄기 빛이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이 글을 빌어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당신들이 힘겨울 때

우리 부부도 당신들이 우리에게 베푼 것처럼

어둠을 몰아내는 한줄기 빛이 되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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