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새 병상일지 17일 차

by Yong Ho Lee

제17일 차 : 2016년 10월 04일 화요일

(오래 앉아 있는 연습 중인 초록잎새)


홍화씨를 우려낸 물병, 물티슈, 사각통 휴지. 그리고

간식으로 멜론을 깎아 타파통에 담은 배낭을 메고 병원을 찾았다.

초록잎새...

간밤엔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잤나 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초록잎새가 병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회진을 다녀간 전문의가 오늘부터 흉부외과에서 정형외과로

집중치료 전환을 통보받았다는 말을 전해 준다.

이젠 외부 충격에 의한 폐의 내상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된 모양이다.


곧이어...

간호사가 병상에 부착된 명패를 흉부외과에서 정형외과 김지훈 교수로 바꾼다.

오늘부턴 휠체어에 앉는 연습을 하라고 했으니 회복을 위한 쾌속항진이 분명하다.

며칠 안에 화장실 변기에 앉을 정도가 되면 내가 직접 간병을 해도 될 것 같다.

오전엔 폐에 삽입된 관을 뺏던 부분을 소독 후 거즈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 끝...


얼마 후...

내과 전문의가 올라오더니 이번주나

다음 주 안으로 담낭 수술을 해 주겠다는 말을 하면서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소변의 관을 막더니 요의를 느낄 때

그 관을 풀어주는 연습을 하면 삽입된 소변 삽입관도 제거해 주겠단다.

햐~!!!

이젠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의료 기기에서 해방이다.

그 한마디에 아내 얼굴엔 기쁨이 어린다.

우리 마누라님이 참으로 장하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며

단시일 안에 회복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든 걸 보니 나 역시 기쁘다.


오후...

마누라님의 명령에 따라 잠시 집에 들른 산찾사.

화장실을 비롯하여 집안 청소를 한 후 다시 마누라님을 찾아가며

요구르트 아줌마에게 슈퍼백 딸기맛 10개를 사들고 병원에 도착했다.

내가 잠시 집에 들른 사이에 아내는 처음으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은 채 1층 x레이실에 들려 수술을 받은 팔목의 사진을 찍었단다.


어느덧 저녁 무렵....

오늘은 미용실을 쉬는 날이라 처제 부부가 찾아왔다.

처재는 아내가 먹을 수 있는 빵과 과일 그리고 변비에 좋은 유산균 음료 윌~을 잔뜩 사 왔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가 가득이다.

사실...

가까운 지인들이 공수해 온 반찬과

국종류 대부분이 우리거라 다른 분들껜 정말 미안스럽다.


저녁 식사를 끝냈을 무렵....

바람이 거세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은 건지?

비가 올지 모르니 마누라님이 얼른 집에 가란다.

밤이 길어 너무 힘들다던 초록잎새가 서방을 안 잡고 내치는 걸 보니

이젠 다 낳은 거나 진배없다.

마누라에게 떠밀려 병원을 나서는데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엔 저녁노을의 잔영이 아름답다.

어느새...

하나 둘 화려한 불빛들로 불야성을 이룬

도심의 풍광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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