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이른 자궁으로부터의 독립.

조산

by 단풍마음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다. 2019년도 반이 다 갔다.


우리 혁이를 출산하는 2019년의 새해를 맞이하며 신년의 설레는 분위기에 젖어 지내다 난데없이 심한 조산끼에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아이가 곧 나올 수도 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에 이 세상이 나를 또 못살게 구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아가 폐가 완성되는 34주까지는 죽어도 버티리라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나의 자궁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열렸고, 40주에 태어나야 할 아가가 31주에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독립해버렸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작디작은 몸으로 위에 닿아있는 튜브로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그 작은 몸에 바늘이 꽂혀있고 이것저것 붙여있는 모습에 처음 내 아가를 마주한 그 순간 나는 펑펑 울어버렸다. 그 슬픔과 감정은 내가 30년 넘게 살면서 느낀 슬픈 감정들과는 전혀 이질적이고 달랐다. 슬프고 걱정되는 감정은 수없이 수천번 느꼈지만 이 감정은 낯설 정도로 매서웠다. 그랬다. 자식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 내가 낳은 자식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슬픔은 지금껏 느꼈던 감정들과 차원이 달랐다. 감정의 이질감 때문에 더욱더 슬펐고 마음이 아렸다.


아가를 인큐베이터에 두고 나 혼자 퇴원하는 날 출산의 후유증이 아직도 몸에 선명하게 느껴졌다. 앉아 있는 게 고통스러웠다. 신랑이 정산하는 동안 병원 로비 의자에 누웠는데 눈물이 흘렀다. 널 두고 엄마 먼저 집에 가는구나. 비록 나는 집에 먼저 아이를 두고 온 비정한 엄마지만 오전 11시, 오후 7시 30분 하루 두 번의 면회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내 아가를 보러 갔다. 산후조리원에 가라는 가족들의 성화가 있었지만 아이 없이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아가는 52일 동안 신생아 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미숙아들이 겪는 여러 가지 후유증이 있었지만 정말 건강하게 퇴원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병원생활도 금세 지나가 버렸고 혁이와 함께 우리 집에서 시작한 봄이 어느새 여름이 되고 날이 무덥다. 이제 내일이면 7월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엄마의 못남에 근 두 달을 일찍 세상에 내보냈는데 정말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무탈하다, 건강하다' 이 사실만 기억한다면 육아의 힘듦 따위야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도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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