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이라는 말의 부정적 요소

긍정적으로 생각해

by 단풍마음

'긍정'이라는 말은 듣기에 유쾌하고 발랄하며 생동적이지만 이따금씩 그 본질의 속성은 탐욕적이고 파괴적이다. 대학시절 내가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에 떨어졌을 때 굉장히 속상했던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친한 친구가 '괜찮아! 뭘 그렇게 속상해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더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하는 데 그 말이 나의 심기를 꽤 불편하게 했다.


속상한 나를 위해 힘을 내라는 그 발랄한 위로 한마디가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내가 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떨어진 것을 왜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에게 짜증을 낸 걸까. 친구의 말대로 왜 더 좋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참 못돼 처먹은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실패감에 더해 나 자신의 거지 같은 인성에 대한 깨달음까지 덮쳐 한동안 불쾌한 우울감을 느꼈었다.


나중에 되돌아보니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조금은 정리가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위로 내지 조언은 그 당시 나에게 '너로 인해 모두가 부정적인 감정에 있기 싫으니 그냥 조용히 니 감정을 묻어라.'라는 들렸던 것 같다. 진심 어린 위로와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기보다는 감정적 귀찮음과 불편한 주의 환기를 처리하기 위한 듣기 좋은 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곱씹어볼 시간이 필요했다. 애써 서둘러 긍정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나의 부정적 감정을 내쫓듯 없애버리는 대신에 속상한 마음, 후회되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복합된 부정적임에 충분히 이별을 고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야 뒤끝 없이, 아니 적어도 '긍정적으로' 그 감정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인데...

물론 긍정적이어야 더 바람직한 상황들도 많다.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어야 분위기가 밝아지고 에너지도 충만한다. 그렇지만 '무작정'의 '긍정'은 후의 실망감과 패배감만 높인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라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위의 일화 말고도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위로가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상처가 되고 우울감을 증폭시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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