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by 단풍마음

늦은 밤. 자기 전 습관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네이버 뉴스를 보고 네이트 판의 황당무계한 글을 읽고,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사진 아래 글을 읽는다.

네이버, 네이트, 인스타그램.

내가 자주 가는 어플들의 목록 중에서 나를 가장 흔드는 어플은 인스타그램이다. 사진이 중심 매개체인 요즘 대표 SNS의 인스타그램 어플을 열고 엄지손가락으로 쭉쭉 내리다 보면 어둡고 조용한 밤, 작은 핸드폰 화면에 온 정신을 바친 나의 모습은 가끔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분명 현실 속의 내 삶은 평범하고 딱히 나쁘지 않은데 인스타그램을 들여보고 있자면 바보 천지가 된 기분이다.


얘는 언제 해외여행을 갔대?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맥주 마시며 여유 부리는 모습 부럽다.

얘는 진짜 부지런하네. 애도 둘 키우면서, 음식도 멋들어지게 해서 플레이팅도 하고, 수제 과일청은 또 언제 시간이 나서 이렇게 만들었지?

얘는 매번 남편이 음식 해줘, 꽃 선물해줘, 감동시켜줘. 맨날 이렇게 이벤트 가득하게 사는 것도 쉽지 않겠다.

얘는 회사 다니면서 무슨 놈의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 소설책, 자기 계발 책, 역사책. 진짜 유식하겠다.


엄지 손가락으로 쭉쭉 내리다 보면 일상적이면서도 현란한 이미지에, #으로 가득 찬 태그 글에, 문득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마지막으로 언제 갔는지 생각도 안 나고 앞으로 당장 계획도 없다. 냉장고에서 통째로 꺼낸 김치통에 라면 대충 끓여서 튄 라면 국물 닦아가며 먹는 식사시간, 적당히 아등바등 지내는 결혼생활, 책은커녕 핸드폰이나 덜 만지면 다행이지 싶은 생활.


내가 너무 시간을 허비하나. 좀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이 작은 집에 갇힌 내 생활이, 무언가를 맘껏 할 시간도 에너지도 여유도 없는 내 인생이 SNS 어플 하나에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사소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나도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와 글을 올려본다. 딱히 과장한 글은 아니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게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글을 올려본다.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누군가가 칭찬의 말이 담긴 댓글을 달아준다.


아! 하루 24시간 중 10분 정도 지속된 일상생활의 사진을 올리니 내 삶도 멋들어져 보이는구나. 행복해 보이는 모습, 누군가에게는 부러워 보일 수 있는 사진 각도 별거 아니네. 화면 속 행복한 모습. 별거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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