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듯 일하는 오피스 멤버십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서비스명은 "남의집 홈오피스". 가정집, 작업실, 모임공간 등의 개인 유휴공간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위워크의 에어비엔비 버전이랄까? 2020년 10월에 첫번째 오픈베타를 운영한 뒤 시장의 반응, 사업적 성과, 유저 피드백 등을 종합하여 이번에 2차 오픈베타를 시작한다. 근데 갑자기 왜 오피스냐고?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2020년 4월경부터 남의집 호스트를 신청하시는 많은 분들이 국내의 에어비엔비 호스트들였다. 코로나로 해외여행객들이 급감하여 손실이 나는 숙박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남의집 문을 두드리셨다. 한데 남의집은 호스트가 공간 이외에 콘텐츠도 제공해야 되기 때문에 엇박자가 났다. 허나 그냥 돌려보내기엔 너무 아쉬웠다. 2만여명에 육박하는 국내 에어비엔비 호스트분들을 남의집 호스트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고 그들 커뮤니티에 빨대를 콕 하니 꽂고 싶었다. 이렇게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유휴공간의 공급을 무엇으로 매칭할까? 고민하다가 당시 큰 화두였던 재택근무, 분산근무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서 일하면 되겠네!
이 브런치를 연재 초반부터 접하신 분들은 남의집 플랫폼이 처음엔 내가 살던 집에서 낯선이들을 초대해 다같이 책보며 놀던 경험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하실테다. 그렇게 각자 조용히 여가시간을 보내던 경험을 조금만 비틀면 업무공간이 되는터라 사업구상과 서비스 시나리오는 한큐에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곤 바로 실행했다. (결과적으론 에어비엔비 공간 중 업무공간으로 적합한 곳은 많지 않았다. 허나 다른 유휴공간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우리가 먼저 일해보자
근데 정말 남의집에서 일이 될까? 남의집에서 일하는 서비스는 어떤 그림일까? 등의 궁금증이 일었고 해봐야 아는 것이니 우리가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8월말 팀원들을 우리집에 초대해 거실에 모여 같이 일했다. 스타트업은 창업가 집에서 모여 일하는 맛이지~ 라며 감언이설로 팀원들을 꼬득였는데 다들 즐겁게 일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이날 동석한 마케터 나무는 "처음 문지기 말을 들었을 때 남의집에서 일이 될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는데 실제로 일해보니 일이 되게 잘되네요. 낯설면서 편하니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 좋네요~" 라고 평하며 동기부여가 바로 장착되었다. 널리 알릴 분이 서비스에 확신을 갖게 되니 일석이죠!
첫번째 오픈베타
팀내에서 나랑 가장 오래 일한 시소에게 프로젝트 리더를 맡긴 것이 작년 9월초. 코로나 2차 유행이 극성일 때였다. 그는 기존 호스트들 중 매력적이고 넓은 공간을 가진 분들을 홈오피스 호스트로 착착착 섭외하여 한달만에 상품 구성을 마쳤고 10월 초에 홈오피스 첫 오픈베타를 런칭해 3주간 운영했다.
게스트 하우스, 소셜모임 공간, 에어비엔비 공간, 가정집 등에서 일을 할 수 있게 구성한 오픈베타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언론였다. 주요 일간지, 방송국에서 취재기를 쓰겠다는 요청이 적잖이 들어왔고 그중 한겨레 신문사와 함께 밀착 취재기를 냈다. (아래는 해당기사 링크와 신문 인쇄본 )
예약결과는 공간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취향이 담긴 공간은 많은 이들이 방문했으나 개성이 없는 공간은 반응이 시들했다. 게다가 매력적인 공간은 본인의 거주지에서 멀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더라도 많이들 찾아주었고 만족스럽게 업무공간으로 이용하고 가셨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업무 공간에 대한 니즈가 클거란 가설을 세웠었는데 실제론 멋진, 매력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업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더 컸다.
사용자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긍정적이였고, 만족한 요소들을 살펴 보니 오피스 시장의 기회가 보였다. 오피스 시장에 대체제가 별로 없더라. 전통적인 사무실 외에 공유오피스와 카페가 유일한 대체제일진데, 각각의 단점들이 명확했다. 공유오피스는 비싸고, 서울 중심지에만 몰려 있다. 카페는 시끄럽고, 장시간 앉아서 일하기엔 눈치도 보이고, 물품 분실의 유려가 있어서 화장실 갈 때마다 노트북 감싸 안고 일을 봐야 한다. 고객의 페인포인트가 명확하니 오피스의 틈새 시장이 보였다.
거기에 비해 남의집 홈오피스는 하루 종일 온전히 내 자리가 보존되며, 공간도 예뻐서 업무의 영감이 뿜뿜 일어난다. 심지어 호스트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업무 중간중간 마실거리와 먹거리도 챙겨준다. 일하다 잠시 쉬고 싶을 때 공간을 둘러보며 호스트의 취향을 음미하는 호사까지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황홀한 경험이겠는가? 아래의 홈오피스 현장 사진에 그 정취가 잘 담겼다.
문제는 가격. 하루 9시간 이용에 19,000원의 가격으로 건당 결제로 운영했는데 하루만 이용하는 금액으로 치면 높은 금액은 아니겠으나 반복적으로 사용할 오피스 상품으로서는 가격 경쟁력이 낮았다. 이번 오픈베타에서는 홈오피스 운영상 만족도가 높은 공간에 대한 레슨과 운영 노하우를 얻었으니 한번더 오픈베타를 진행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멤버십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액제 과금을 검토했다. 일정 금액으로 특정 기간동안 무한히 사용하는 것이 정액제 과금인데, 오프라인 재화는 무한 사용이 불가하기에 약간의 변주를 주어야 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사용자는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를 반복적으로 사용할 동인이 생기게 된다. 물론 공간 제공자에게 정산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꽤나 난이도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난제이기에 누구나 못할테고 이를 해내는 자는 높은 진입 장벽을 갖추게 되니 정액제 과금을 멤버십 형태로 풀어보기로 했다.
얼리브 창업팀과의 인터뷰
홈오피스 멤버십 사업기획 단계에서 사례 조사를 진행하며 해외에는 '스페이셔스'라는 서비스 (2019년에 위워크에 인수되었으나 위워크가 경영란에 빠지며 폐업됨)를 봤고, 국내에는 '얼리브'를 참고했다. 얼리브는 2018년 성수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바 등의 유휴시간을 업무 공간으로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으나 6개월만에 돌연 운영이 중단된 서비스였다.
나 역시도 2018년에 직접 얼리브 라운지를 경험하며 그 성공세를 체감했기에 얼리브의 운영중단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홈오피스 사업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였다. 인터넷 상에서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관련 내용이 없어서 당시 창업팀을 만나 직접 들어보기로 결심하고 인맥을 총동원하여 얼리브의 권민석 대표님과 연락이 닿았다. 현재는 레몬베이스(https://lemonbase.com/) 라는 HRD 플랫폼을 창업해 운영 중이시다.
얼리브는 사용자의 반응이 좋았고, 성장세였다고 한다. 허나 당시 창업팀은 이전부터 HR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던터라 해당 사업 아이템에 집중하기 위해 부득이 중단했다고 한다. 권대표님께서는 "프린랜서 대상 오피스 시장은 분명히 큰 시장이였고 성장세였어요. 남의집이 오피스 사업을 하시면 큰 기회가 될 거에요."라며 용기를 주셨고 얼리브 운영 당시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공유해 주셨다. 덕분에 멤버십 진행에 대한 근자감이 차올랐고 함께 동석했던 시소도 당시 회의록을 이렇게 마무리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호스트 공개모집
멤버십 서비스의 전제 조건은 많은 공급량 확보다. 즉 홈오피스로 근무할 공간의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한 호스트 공개모집을 작년 12월에 시작했다. 충분한 공급을 위해 호스트 자격 기준을 아래와 같이 꾀나 높게 잡았다.
- 한달에 15일 이상 오픈
- 하루에 10시간 운영
- 호스트나 관리자가 상주
- 커피 혹은 마실거리 2회 제공
- 서울에 국한함
2주간 모집한 결과 100명이 넘는 분들이 홈오피스 호스트로 등록해 주셨다. 가정집부터 게스트 하우스, 작업실, 갤러리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주 분들이셨다. 1차 오픈베타 테스트의 결과 내부적으로 정의내린 홈오피스 공간의 기준에 부합한지 확인하는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12월 한파를 뚫고 시소, 정원, 꾼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호스트와 면담한 뒤 현장을 둘러보며 업무 공간으로 적합한지, 코로나를 감안해 넓직한 공간이 확보될 수용인원이 몇명인지 등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렇게 엄선된 18개의 홈오피스 공간이 확정되었고, 아래의 지도처럼 서울 전역에 골고루 남의집 홈오피스가 포진하게 되었다. 공유오피스로 치자면 18개의 지점을 갖춘 셈이다. 그것도 한달만에!!
이렇게 엄선된 홈오피스가 실제로 어떤 공간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마케팅용으로 촬영한 홈오피스 현장 사진을 아래에 몇장 공유한다. 너무나 매력적이지 아니한가? 더 자세한 소개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자. 이제 슬슬 글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으로 홈오피스 홍보를 늘어 놓아본다. 먼저 이용 방법! 그래서 어떻게 이용하는거냐? 는 의문이 드실테니 아래에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요~
아하~ 우선 멤버십부터 가입하라는 거군. 멤버십 가입 후 실제로 홈오피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현장 운영 가이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 예쁘게 정리해 두었으니 살펴봐 주이소.
가장 중요한 내용, 그래서 홈오피스 멤버십 가격은? 빠밤! 월이용(주말, 공휴일 제외) 에 199,000원. 하루로 치면 9,0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성비! 보통 공유 오피스 이용가가 한달에 40만원 안팎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장님이 미쳤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그간의 히스토리가 어찌되었던 간에 남의집에서 놀고 먹던 플랫폼에서 갑자기 일하는 경험을 전한다니 재밌지 아니한가? 잘노는 애들이 일도 잘하니 아래 링크로 홈오피스를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라요~
한번더 창업하는 각오로 준비한 홈오피스 서비스였고, 이제 런칭을 앞두고 있다. 설레면서 쫄린다. 4년전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며 연희동 집에서 뚝딱뚝딱 남의집을 시작하던 때 생각이 났고, 그러니 이 준비 과정과 고민타래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1년만에 브런치를 썼다. 남의집에 돈내고 놀러가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굴려왔듯 남의집에서 일하는 얼척없는 아이디어도 서비스로 잘 굴러가길 바란다.
거실여행 여정에 동행하는 12명의 남의집 팀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시소, 나무, 정원, 소야, 도깨비, 하루, 꾼, 율마, 열매, 햇빛, 마루, 기둥. 고마워요!!
덧>
1년만에 브런치에 쓰는 글이라 브런치 독자분들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2019년엔 카카오벤처스와 mysc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고, 그 자금으로 팀빌딩을 해서 현재는 나까지 13명이 팀을 이루어 일하고 있다. 사무실은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있는 하나은행 명동사옥에 자릴 잡았다. 하나은행의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이 비싼 금싸라기 땅에서 공짜로 오피스를 얻었다.
2020년엔 코로나로 가다서다를 반복했지만 사업은 꾸준히 성장해서 작년에만 3배의 성장을 이루었다. 코로나만 아녔으면 더욱더 훨훨 날아올랐을테지만 운명이겠거니 받아들였다. 코로나 덕에 홈오피스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했고, 2021년 1분기엔 홈오피스에 주력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언택트로 피벗팅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남의집은 오피스 시장으로 확장하며 더더욱 오프라인으로 가고 있다. 언택트는 내게 가슴떨림이 없다.
개인적으론 결혼을 했고 딸바보가 되었다. 퇴근 후, 주말엔 육아에 전념하려 노력하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좋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지만 퇴근 후 머리속에도 남의집이 가득하니 오호 통제라. 하지만 아내에게 딸아이 수면교육을 책임지라는 명을 받았기에 이번 주말엔 똑게육아 책을 독파하며 신생아 수면교육에 전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