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은 작은 것 부터
왜 작은 것에 집착하는가
글을 쓰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주문을 하고 인터넷 사용을 위해 WIFI에 접속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눌렀다. 그러자 아래와 같은 네트워크들이 떴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스타벅스 을지로2가점엔 olleh 스타벅스 네트워크가 없다. 이 지점만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번거롭게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입력하고 이용에 동의하는 절차가 사라졌다. 인터넷도 빠르고 끊김도 없이 쾌적하다. 만약 스타벅스의 정책에 따라 이렇게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라면 난 그것에 그것에 박수를 치고 싶다. 전원 코드조차 없는 *피빈 보다 50,000배 쯤 낫다.
User Experience, 줄여서 UX(사용자 경험)는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본질은 해치지 말아야 한다.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경험할 때 '일관되게' 또는 '불편하지 않게' 또는 '서비스 업체가 유도하는 바 대로' 사용자가 경험하는 것을 좋은 UX라고 부를 수 있다. 다분히 주관적인 정의지만 작은 것, 디테일을 놓치는 서비스가 결코 좋은 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다.
을지로입구역(IBK기업은행) (Euljiro 1(il)-ga, Industrial Bank of Korea) (한자: 乙支路入口)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을지로입구역이다. 을지로입구역은 한글로 을지로입구 역으로 표기하며 영어로는 Euljiro 1(il)-ga 라고 표기한다. 1(il)-ga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아래 위키피디아와 서울메트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D%84%EC%A7%80%EB%A1%9C%EC%9E%85%EA%B5%AC%EC%97%AD
을지로입구역은 한시적으로 을지로입구 역이라는 이름과 동시에 한글로 IBK기업은행 역, 영문명으로 Industrial Bank of Korea를 같이 쓴다. 이는 역명에 기업명을 병기하는 사업권을 이번에 IBK기업은행이 따냈기 때문이다.
http://m.biz.newdaily.co.kr/m/m_article.html?no=10111074
여기서 질문 하나. 을지로입구역을 을지로1가로 하든, 기업은행 역으로 하든 을지로입구역이 을지로입구역인 건 변하지 않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이게 무슨 문제인가?
사용자경험(UX)을 고려하지 않은 지하철역의 영문 역명
영문으로 된 역명은 한국에 업무 차, 여행 차 온 외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도 역명을 영문으로 표기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 사람이 인식하는 역명과 외국인이 인식하는 역명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을지로입구, Euljiro 1(il)-ga, Euljiro ip-gu
IBK기업은행, Industrial Bank of Korea, IBK gi up eun haeng(또는 IBK Bank)
위 표의 가장 좌측은 한국 사람들이 인식하는 역명이고, 중앙은 외국인들이 인식하는 역명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사람과 이야기 또는 가이드 북 등에서 정보를 볼 때는 가장 우측에 있는 것을 토대로 말하고 또한 찾게 된다. 문제점이 보이는가? 외국인에게 한국사람이 '을지로입구역에서 갈아타세요'라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영어로는 You can transfer Euljiro ip-gu station 쯤 되겠다) 근데 외국인은 'Euljiro ip-gu station'를 지하철 노선도에서 찾을 수 없다. 왜냐면 모든 인쇄물엔 을지로입구역이 Euljiro 1(il)-ga라고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하철 영어 방송에선 'Euljiro 1(il)-ga'와 '을지로입구'가 번갈아 가며 나오므로 눈치로 내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일단 지하철 역을 찾았을 때 이야기다.
특별히 을지로 입구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을지로엔 지하철 역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들도 많이 타는 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슷하게 헷갈릴 수 있는 역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동대문역'이 있겠다. 이는 비단 지하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미군비행장이 있었는데 그 비행장의 통상명칭이 '오산 Airbase'이다. 미군들이 버스를 타고 "Is this bus goes to Osan Airbase?"하고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면 버스 기사는 '오산'까지 가는 요금을 받는다. 미군은 눈치로 '오산 Airbase'가 있는 동네에서 알아서 내린다. 아마 지금도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참고로 미군 오산 비행장은 경기도 평택에 있다. 물론 평택과 오산은 붙어있지만 버스로 20~3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사용자 경험은 작은 것 부터
난 UX 전공도 아니고, 내 직업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UX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UX는 직장인 이라면 항상 생각해야 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대표님께 보고하는 문서와 부장님께 보고하는 문서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야근으로 몇가지 버전을 준비해야 하기도 한다) 대표님의 PC에 깔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버전에 맞춰 실무자들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안깨진다. 문서도 작성자도 말이다.
사용자 경험(UX)은 작은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UX는 우리 삶 속에서 철학처럼 자리할 것이다. 한때 고객 제일주의, 고객은 왕이다라는 것이 구호였던 시절이 있던 것 처럼 말이다. (신기하게 요즘 고객이 왕이 아니라고 하는 기업은 잘나가는 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기업은 잘나가는 기업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