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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7. 2023

<김씨표류기>

2009-05-21

'김씨표류기'는  표류하는 한국 영화의 긍정적인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한국 영화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습니다. 돈줄이 굳은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내실 있는 영화가 나온 것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용불량에 여자친구마저 떠난 김씨(정재영 분)는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김씨의 자살 시도는 불발로 끝나 황당하게도 한 강 복판에 자리 잡은 밤섬에 불시착합니다. 수영도 못하고 휴대전화의 배터리도 떨어진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밤섬의 로빈슨 크루소가 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표류하는 김씨의 모습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사람의 상징적 그림으로 참 적절해 보입니다.


섬에 갇힌 김씨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방에 자신을 가두고 수  년째 외출하지 않은 처녀 김씨(정려원 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처녀 김씨는 인터넷으로 사이버 캐릭터를 만들면서 현실의 삶을 대신합니다. 처녀 김씨의 은둔하는 삶은 표류하는 남자 김씨를 발견하면서 구원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작가이자 연출인 이해준의 재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대도시 안에서 무인도에 고립된 아이러니적인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언제든지 소외될 수 있는 현대인의 두려움을 자극했습니다. 블랙 코미디로서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김씨표류기'를 본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 '좋은 영화, 가치 있는 영화'라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망설여집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문제점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극복하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내 김씨의 본질적인 문제는 신용불량상태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무인도에서 얻은 생존기법으로 김씨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했을 경우입니다. 영화의 결론을 보니 주인공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외로움에서 벗어나 소통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았습니다. 이런 면에서 '김씨 표류기'는 주인공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작가가 던진 질문과 관객에게 들려준 대답이 엉뚱한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김씨표류기'는 한국 영화의 나아갈 바를 보여주었습니다. 할리우드가 만들지 못하는 우리 나름의 정서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런 '짜장면 정서'가 우리의 살길입니다. 충무로의 제작자들은 '김씨표류기'를 교과서로 삼아야 합니다. '김씨표류기'가 흥행에서 선전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국 영화가 관객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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