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발생한 2019년 이전 '삼(三)의 원칙'이란 말이 한국 영화계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 관객이 일 년에 보는 방화의 수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한국 관객은 일 년에 4.37회 정도의 극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관객이 한국 영화를 두 편이나 세 편 본다고 추정한답니다. 영화 제작자는 이 원칙을 영화 제작 및 배급에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그 해에 이미 세 편의 영화가 대박이 터졌다면 더 이상 연내(年內)에 배급을 추진하거나 개봉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한 해에 세 편이상의 방화를 보려 극장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매체를 통해서는 더 많은 수의 방화를 보지만 한국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횟수는 주로 세 편 이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후인 2022년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2개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한 편 회사의 인사 채용 부분에도 또 다른 '삼(三)의 원칙'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30%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측에서 아무리 고심해서 임직원을 뽑더라도 모두가 유능한 자원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30%는 회사의 미래를 열 유망한 사원이 됩니다. 다른 30%는 고성과자인 엘리트 사원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저성과자가 될 것 같은 중간부류가 나옵니다. 나머지 30%는 회사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저성과자가 됩니다. 채용할 때 고성과자를 뽑으려고 그토록 신경을 썼지만, 거대 조직 안에서 모든 직원이 이 30%의 비율로 나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봅니다. 그래서 어느 해 윗분에게 건의를 했습니다.
"한 해 드라마 PD를 세 사람 선발했더니 결국은 '3의 원칙'이 적용되어서 고성과자는 한 명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건 결국 고성과자들인데, 이럴 바엔 많이 선발합시다. 그럼 고성과자의 수도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인지 그다음 해부터 평년의 배 이상으로 신입 드라마 PD를 선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예상이 맞아 고성과자가 많이 입사했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경험에서 저는 한 조직이 지닌 인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의 숫자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인사 원칙이 '소수정예'의 원칙입니다. 많이 뽑으면 그만큼 고성과자의 수가 많아지고, 많이 뽑을 수 없다면 자주 뽑는 것이 고성과자를 유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제작사나 드라마 제작사의 제작 편수는 어떨까요? 영화나 TV드라마 산업도 양이 질을 좌우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된다면 아무래도 다양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고, 그 기회를 통해서 새로운 인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 세 편의 작품을 제작할 경우와 한 해 여섯 편의 작품을 제작할 때 포트폴리오는 달라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다수의 작품을 제작하는 쪽에서 혁신적인 기획과 이야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후자의 예는 신인이 등장할 기회가 훨씬 많아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양이 쌓여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 산업의 성공은 바로 이런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작품을 붙들고 삼 년을 붙들고 있는 작가보다는, 일 년에 세 작품씩 구상하고 집필하는 작가가 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양이 많은 작가는 최소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쫓아갈 수는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나 연출 모두 창의성의 문제보다 생산성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계를 길게 바라보니, 성공한 작품을 많이 낸 창작자는 그만큼 실패한 작품이 많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처박힌 작품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삼의 원칙'을 넘어서 '양질 전화'의 원칙을 믿습니다. 양치기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