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쓸신잡5
그렇다면 A급 작가는 누구인가?
드라마 프로듀서로서 제작이 끝난 후 적자를 보는 불확실성을 피하려면 어떤 작가를 섭외해야 안전할 수 있을까? 결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불행이자 업보는 과거의 경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어제 잘 쓴 작가가 내일도 잘 쓴다는 보장이 있다면, 프로듀서의 일이 쉬워질 것이다. 또 오늘 처음 쓰는 신인 작가가 향후 A급 작가가 되리란 확신이 있다면 얼마나 일이 편할 것인가? 그래서 A급 작가를 규정하는 일은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쉬운 일이겠지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경력이 없는 신인 작가를 향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만 혹시 도박이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드라마 프로듀서의 애환이다.
어떤 학자는 시청률에 근거해 3년간의 연구 기간 중 한 번이라도 시청률 20% 이상을 낸 작가를 ‘스타 작가’로 정의하였다(강명현, 2012). 이 주장은 ‘연속된 성공’을 기대하는 A작가의 속성을 볼 때, 충분하지 못한 조건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학자는 시청률을 기준으로 비교해 A급 작가를 ‘연속으로 히트작을 내는 작가’이며, 5년간의 연구 기간 중 두 편 이상의 드라마에서 평균 시청률 20% 이상을 올린 작가라고 정의하였다(이화진, 김숙, 2007).
그런데 드라마 제작 경험을 비추어보면 반드시 위와 같은 정량적인 조건으로 A급 작가를 규정하는 것도 올바르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즉 작품의 성과, 시청률과 관계없이 대중에세 큰 영향을 준 드라마가 있고, 그 드라마의 작가를 제작진이 A급 작가로 간주하는 예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해영 작가가 쓴 ‘나의 아저씨’는 수도권 시청률 4.6%로 시작해 8.1%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로 보아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엔 힘들지만, 이 드라마는 그 이후 지속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오래도록 거론하는 성공작이 되었다. 박해영 작가의 이런 패턴은 ‘나의 해방 일지’를 통해서도 반복이 되었다. 박해영 작가는 이제 이름만으로서 편성이 고려되고, 한류 스타들이 찾아 나서는 작가가 되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정량적으로 A급 작가를 분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업계 관계자의 평가에 의한 분류를 적용, 34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를 집필한 드라마 작가들을 분류하면서, 전문가 4인 가운데 3인의 인정을 받은 작가를 A급으로 정의한 연구도 있다(노동렬, 2018). 즉 정량적인 시청률보다는 제작진이 내리는 평판과 명성이 실질적으로 A급 작가를 분류하는 기준이라고 본 것이다.
케이브스라는 학자는 영화에서의 A급(A List) 작가는 반드시 매출이나 순이익을 기준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영화 제작진 사이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평가받으며 결정되는 순위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았다. 이 순위에서 결정된 작가의 등급은 연기자나 스태프 모두에게 중요한데, A급 인사들 간의 결합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작품의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드라마 제작진은 항상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등급을 매기며 A급 작가를 분류하고 있다. 등급을 정하는 기준으로 시청률과 상업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완성된 작품의 미학적, 기술적 성취를 고려할 때도 있는 것이다(Caves, 2000).
강명현 (2012). 국내 드라마의 속성에 따른 방영기간의 차이 연구. <지역과 커뮤니케이션>, 16권 3호, 3-30.
이화진·김숙 (2007). TV드라마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한국방송학보>, 21권 6호, 492-535.
Caves, R. E. (2000). Creative industries: Contracts between art and commerce. Harvard University Press.
노동렬 (2018).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과와 장르 다양성.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8권 7호, 6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