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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May 31. 2023

지상파를 떠나자

2019/6/7

취업 준비를 하는 후배이자 제자의 안부를 묻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SBS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들어서인지, 올해 SBS에서 신입사원을 뽑는지 물어보더군요. 아는 대로 대답을 해주고 제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TV보니?'


대답은 짐작하시다시피 거의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제게 위안에 되는 대답은  'POOQ'을 열심히 본다는 한 학생의 대답이었습니다. 그 말에 제가 반문했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즐겨 이용하지도 않는 미디어에 뭐 하러 취업 준비를 하니? 너희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미래 가 불확실한 곳인데..."


이제 SBS는 하루에 15개에서 17개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힘겹습니다. 드라마와 뉴스, 교양 프로그램은 돈 먹는 하마가 되었습니다. 다른 장르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돈 먹는 하마가 된 것이 확실합니다. 좋은 작가와 프로듀서는 타사에서 많이 모셔갔습니다. 그 타사는 대기업의 후광으로 인해 뒷배가 든든합니다. 종편이나 케이블 tv는 하루 편성에서 본방송 대신 재방송을 많이 합니다. 게다가 중간광고까지 해서 광고 효율이 좋습니다. 좋은 인재가 모여있고, 제작비를 많이 투여할 수 있으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상파에 중간 광고가 허용된다 해도, 광고 시장에서 걷어 드릴 수 있는 매출액은 이미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마저 인터넷 등 뉴 미디어로 광고 매체의 다변화가 이루어져, 이제 와서 중간광고가 지상파의 매출을 올려줄 재원으로 보기도 힘듭니다. 하나 안 하나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2019년 초 고성의 산불 사태에서도 봤습니다만, 지상파는 국가 재난 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올림픽 등 대형 미디어 이벤트는 이제 수익성이 떨어져서, 지상파가 중계권을 독점해 방송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에 가까운 결정입니다. 전쟁과 같은 국가 재난 상태가 터진다 해도 지상파 대신, 위성방송이나 DMB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상파에는 노조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노조의 이념과 주장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회사의 중요 의사 결정에 노조의 입김이 세지고 있기에, 지상파는 체질 개선과 변화를 위한 과감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의 공룡입니다.


시장에서 효용이 떨어지고 경쟁에 뒤처지는 플레이어는 사라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지상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지상파에 오래 근무했고 미디어 관련 전공을 한 언론학도로서도 도무지 찾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이자 제자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을 했습니다.


"지상파의 미래는 불안하다. S, K, M보다는 jtbc나 tvn을 겨냥해라. 그런데, TV 자체가 불안하니, 그 점은 각오라하. 곧 Amazon이나 HULU, 디즈니 TV, 애플 TV 등, 대국의 OTT가 한국에 진출할 것이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그 회사들을 노려라.  그도 아니면, 너희들끼리 모여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해서 YouTube 등 인터넷에 올려라. IP를 가진 크리에이터가 되거라"


집에 오면서 제가 해준 조언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제가 틀린 말을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상파가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지상파가 기존에 했던 역할을 jtbc, tvn, ytn, 스카이라이프가 대신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신문사도 지상파와 별반 다른 처지는 아니니, 취준생들께서는 신문사 지원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제 말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리 대단한 반론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약 4년이 지나서 윗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새 pooq은 웨이브로 바뀌었고, 지상파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JTBC나 tvn도 그리 전망을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 지상파와 같은 플랫폼은 어느 순간부터 콘텐츠를 직접 만들지 않고, 사들여서 판매하는 유통사로서 정체성이 바뀌었는데, 그것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 같습니다. 유통사는 더 큰 자본과 네트워크를 가진 유통사가 들어오면 반드시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넷플릭스가 들어왔죠.

드라마 제작비가 상승한 것에 비해, 광고 매출이 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지상파와 같은 구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투자를 받지 않고는 드라마를 방송하기에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후배에게 한 조언은 맞았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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