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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04. 2023

휴일에도 방송을 해, 말아?

2017/09/23 추석 연휴를 앞두고 쓴 글.

긴 연휴가 다가오면,  연휴 기간에 드라마를 방송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게 됩니다.


연휴 기간에는 사람들이 집으로 고향으로 이동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그 시기에 방송은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연휴가 다가오면 영화를 편성해, 드라마의 시청률을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의 미디어 사용 패턴이 변하면서 과거의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히려 방송을 하는 것이 유리한데 연휴 기간 저녁에는 전체 가구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명절 당일 오후 2시이면 귀성객의 이동이 끝납니다. 저녁에 방송하는 드라마 시간대는 전체 가구 시청 인원수가 오히려 증가합니다. 저녁 먹고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TV 앞에 모인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둘째, 저녁 시간대에 유동적인 시청 층은 이미 모바일을 주로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이용자입니다.  시청 행태가 바뀌어서, 그 시청자들의 움직임이 실시간 시청률에는 이미 영향을 주지 않는답니다.


셋째, 연휴의 효과로 전체 가구 시청률이 줄어드는 시기는 오히려 연휴가 끝난 직후의 주간이랍니다. 오랜만에 쉬고 일상에 복귀한 뒤 친구나 직장 동료와 저녁 약속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넷째, 연휴의 같은 시간대 경쟁사는 드라마를 계속 방송하고, 우리는 영화를 편성할 때 당연히 경쟁사는 반사 이익을 얻습니다. 업계의 용어로 '경쟁사가 독탕을 뛰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표현합니다. 과거 제가 담당했던 박혜련 작가, 조수원 연출의 '피노키오'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와 1월 1일 신년 저녁에 방송하면서 크게 시청률이 오른 예가 있더군요. 이런 이유로 9월 27일 방송을 시작하는 새 수목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연휴 기간에도 방송합니다. 연휴 기간 낮시간을 통해 엄청난 재방송 폭탄을 터뜨릴 예정입니다. 종방을 향해 달려가는 '언니는 살아 있다'도 역시 방송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SBS 드라마도 많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5년이 지난 후에 보니, 이제 시청률은 반에 반토막이 나버렸고, 방송사의 수익구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실시간 시청률이 별 의미가 없지만, 아직도 방송사도 제작진도 실시간 시청률에 연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도 히트작들은 10%를 넘는 시청률을 내기에, 아직도 올드 미디어의 효과는 살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수익 구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수익구조를 더욱 다변화하고, 비용을 줄여야 할 텐데, 이젠 레거시 미디어가 된 방송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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