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 망량비책의 세계관+웹소설 1회분

조별과제: 2025년 11월 20일 등록

by 용신선

*본 콘텐츠는 <고전콘텐츠의 현대화> 수강생들의 '과제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학부생의 과제물인 관계로 '비문', '문법 오류', '맞춤법 오류'등이 있을 수 있으며 구성이나 논리에도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학부생 레포트인 만큼 너그러운 시선으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수정없이 학부생 제출 상태 그대로 반영된 콘텐츠입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작참여: 서준석(조장), 박건희, 박원희, 박지완


목차

1. 작품 소개

2. 작품 기획 의도

3. 세부 설정(인물, 세력, 기술 등)

4. 1화 줄거리

1. 작품 소개

작품명(가제) : 호산기(虎㦃記)

작품명 선정 이유 : 구미호의 ‘호’와 호랑이의 ‘호’가 서로 같은 음을 가진 한자이고, 주인공의 이름 ‘산(㦃)’을 엮었으며, 그 뒤에 기록을 뜻하는 ‘기록할 기’를 붙여 ‘호산기(虎㦃記)’라고 제목을 붙였다.

장르 : 기환무협 (기이하고 환상적인 요소를 주로 다루는 무협 장르)

시대 배경 : 한국-여말선초, 중국-명나라 시기

모티브 : 홍길동전, 청구야담, 천예록

2. 작품 기획 의도

조에서 참고한 작품인 『청구야담』의 ‘식단구유랑표해’ 에피소드와 『홍길동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무협 장르와 잘 엮기 위해 하루가 인간 세상의 1년이라는 ‘단구’라는 섬에서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는 요소를 첨가했다. 해당 요소를 술법과 엮으며, 주인공이 단구에서 빼앗긴 시간과 내력을 되찾기 위해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홍길동을 찾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3. 세부 설정(인물, 세력, 기술 등)

-무당파

‘장삼봉’을 개파조사로 삼는 무림의 대문파. 북에는 소림이 있고, 남에는 무당이 있다고 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장문인은 진무자(眞武子) 다성. 넓은 대륙에 관군의 힘이 모든 곳에 닿을 수 없으므로, 정파의 문파는 사람을 돕는 자경단의 역할도 한다. 그 외에 제사를 통해 괴이와 삿된 것, 난잡한 귀신을 물리는 일도 한다. 제사 외에도 부적을 이용해서 쫓아내기도 한다. 그들은 전진교의 적통을 주장하는 도가 문파로, 도에 닿기 위한 수단으로 심적인 단련 외에도 외공, 무를 통한 도달법도 있다고 생각하며 심신 양면을 갈고닦는다. 무당 내부에선 도호를 받으면 서로를 도호로 부르는 규칙이 있다. 이외에도 많은 규율이 있지만, 대표적으론 축일이 아니고선 술을 입에 대서도 안 된다는 규율이 있다.

-만산

본 작품의 주인공. 이름은 ‘滿 찰 만’, ‘㦃 큰 은혜 산’으로 이루어졌다. 무당파의 도사, 이대제자로 도호는 ‘도화’. 양아치이자 한량이다. 검법에 대한 재능은 있으나 도사처럼 행동하지 않는 문제아이다. 장문인의 명으로 고려의 괴력난신 퇴치를 위해 이동하다가 단구에 표류한다. 그러다 홍길동이 부리는 도술에 걸려 150년 정도 되는 시간과 내력을 빼앗기고, 자신의 기준으로 150년의 미래로 이동되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홍길동을 붙잡아 내력과 시간을 되찾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홍길동

예부터 잘 알려진 대로 도술을 사용하는 도적. 실존 홍길동이 국적(國賊)이라고 불릴 만큼 극악인이라는 점과, 소설에 나타나는 의적 성향을 섞어 ‘다크 히어로’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그는 일반적인 홍길동전의 내용처럼 홍판서의 집을 나서게 되는데, 그 와중에 자신을 홀리려는 ‘여자 모습을 한 여우 요괴’를 만난다. 여우 요괴는 소년이 오밤중에 두려움 없이 떠도는 것을 보고 흥미가 동해 그에게 다가간다. 요괴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면서 따라주는 술에 홍길동은 그만 거나하게 취하고 만다. 그녀가 취기에 얘기하길, 그녀는 달기와 같은 꼬리 아홉 개 달린 요물로서, 사람의 수명을 빼앗는 기이한 도술을 부릴 줄 알기에 꼬리가 아홉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홍길동이 그녀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더 물어보자, 구미호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수명, 정기를 빼앗을 때 사용하는 도술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는 어차피 인간으로서는 이것을 알아도 써먹지 못한다고 생각한, 안일하게 행동한 오판이었다. 홍길동은 구미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도술을 사용, 그 방법을 익히고 구미호가 여태 모아온 수명과 정기를 앗아간다. 결국 구미호는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한다. 홍길동이 빼앗은 정기에는 몇 도사나 무인의 내력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홍길동은 본격적으로 내력에 눈을 뜬다.

이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도술은 구미호가 쓰는 사람 홀리는 술법들과, 단순하게 내력을 쏟아붓는 식의 것들이었다. 정식으로 스승을 모시고 도술을 배우진 않았다. 하지만 어중간하기는 해도 가진 내력이 심상치 않아 위험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태극검

무당의 검법으로, 개파조사 ‘장삼봉’이 직접 창안한 검법이다. 무림에서 대표적인 후발제인의 검으로, 상대를 차분히 관찰하고, 그를 바탕으로 공격을 받아내거나 흘려내며 자신의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한 점으로는 각 초식의 시작과 끝부분에 검으로 원을 그리는 동작이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 초식이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게 하는 것과 동시에, 초식이 더 이어지는가 이어지지 않는가를 판단하기 어렵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검에 회전력을 더해 위력을 올리는 소소한 효과도 있다. 초식은 총 32개가 있다. 장삼봉이 창안할 당시에는 54초의 검법이었다는 말도 있으나, 시간이 오래 흐르며 초식의 일부는 세월에 잊힌 상태이다.

4. 1화 줄거리

만산은 오늘도 기루에서 술을 퍼마시며 향락을 즐기다, 대사형에 의해 본산으로 끌려온다. 끌려와서 대사형이 장문인의 의중을 대신 전한다. 2대 제자 ‘도화’가 제 스승으로 둔 장로의 뜻을 따르지 않고 제사를 뒷전으로 둔다. 또한 허구한 날 기루에 들어가 술을 즐기고 아녀자를 희롱하니, 이에 따라 벌을 받지 않으면 도화를 파문하고 산을 내려가게 하거나 영구히 참회동에 가두는 바였다. 벌을 받는 와중에는 무당의 속가가 운영하는 도관이라 하여도 하루 이상 머물지 못하게 한다.

이에 만산은 항의하려 하지만, 오히려 대사형이나 장로분들이 두둔한 것이라는 말에 할말을 잃는다. 이에 할 수 없이 벌을 받고자 내용을 들어보니, 저 먼 동쪽에 있는 고려에서 현재 혼란하니 낮에는 전화에 휩싸이고 밤에는 괴력난신이 날뛴다고 한다. 이러한 괴력난신이 넘쳐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이에 만산은 동영보다는 가깝다지만 그 먼 고려까지 언제 가냐고 따지려 들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선택지는 바로 ‘강호 전역을 돌면서 각 지역에 무당의 위상을 펼치고 오라’는 것. 전자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는 있겠지만, 후자는 강호를 계속 떠돌다가 소리 소문 없이 객사할 것이 뻔하기에 만산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자를 택해 고려로 향한다.

만산은 일단 땅으로 이어진 국경으로는 고려로 갈 수 없으니 산동 지역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고려로 향하기로 한다. 그러던 중 어떤 섬에 잠시 정박하게 되었으나, 작은 섬에서 나올 리 없는 온갖 산해진미의 기름진 냄새가 바닷바람과 함께 흘러들어온다. 그 냄새를 쫓아가 보자 숲을 배경으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음식의 산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한 번 못 보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인이 있다. 만산은 그 여인의 손길을 따라 자연스레 상 앞에 가 주린 배를 채우고, 술로 목을 적시는 3일을 지낸 후에, 문득 줄어들지 않는 음식과 술에 이상함을 느낀다. 그래서 만산은 부적을 활용해 괴이한 술법을 파하기로 한다.

술법이 파하자 언제 그랬냐는 둥 미인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음식과 상들은 모래가 되어 무너진다. 만산이 당황하자 안개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정체불명의 그이가 스스로 소개하기를, ‘자신은 조선의 도사인데, 내력이 좀 필요하던 와중 어떤 얼간이 도사가 의심도 안 하고 3일을 푹 머물러줘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내력과 시간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더 이야기하기를, ‘이 섬엔 도술이 걸려있어 하루가 속세의 50년분인지라, 그만큼 남는 시간과 내력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 이후 안개가 걷힌 뒤 저 멀리에는 반도가 보이고, 타고 온 배는 정말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다 삭아 나무토막이 되어있었다.



호산기 1화 초안. 대략 4800자로 웹소설 평균 1화 분량에 가까우며, A4기준 3페이지에 가깝다.


1. 始

하늘은 덧없이, 어디까지고 푸르게 펼쳐져 있고, 그 바로 아래에 바다 또한 제 몸을 뒤엎으며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짙은 녹음이 펼쳐진 땅이 보인다. 신선이 보더라도 즐거워하며 시를 한 수 지을 법한 절경을 바라보는, 흑무복을 입은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그저...

“---장!!!”

그저...

“젠장!!!”

분을 삭이지 못하고 어디까지고 울려 퍼지라는 듯이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머릿속에는 불과 며칠 전의 일이 파도 소리와 함께 들이쳐왔다.

목으로는 달고 시원한 술이 넘어가고, 눈앞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요리가 제 매력을 한껏 내세우듯 윤기를 보이며, 코로는 음식들의 침이 흐르게 하는 냄새와 여인들의 향소리가 뒤섞여 복잡한 생각을 막는 것만 같았다. 속세의 사람들이 보기에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것 같은 이곳에서, 기녀를 옆에 끼고 있음에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소리가 들려오기보다 마치 못 볼 꼴을 봤다는 것처럼 수군거리는 소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나의 복장에 있었을 테다. 살결을 가리고 있는 검은 무복의 가슴께에는 음양의 조화, 태극이 자수로 새겨져 있고, 정수리에 상투를 고정하고 가리듯 우뚝 선 관은 정갈하게 관리되어 중후한 분위기를 풍길 법한 도인의 복장이기 때문이다. 마셔도 마셔도 부족한 것 같은 술을 계속해서 들이부으며 사라지지 않는 갈증을 채워나가다,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어느새 구름이라도 낀 건지 그림자가 날 덮었고, 기녀와 사람들이 수군대던 작은 소리마저 일순간에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보려다, 순간적으로 돌을 쪼개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눈앞이 깜깜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곧 눈을 뜨자, 살아오며 지겹게 보아온 무당의 내원이 눈앞에 있었다.

잘 연마된 청강석이 널리 깔린 내원 한가운데에서 눈을 떴고, 거기에 더해 한창 술을 즐기다 방해되어 기분이 나빠진 내 뒤에서 묵직하고도, 눌러 담은 듯한 노기가 담긴 한마디가 들려왔다.
“네 이놈!”

“아, 대사형…”

어느샌가 나의 뒤에 서 있던 인물. 무당의 대제자인 장기서가 표정을 구긴 상태로 나를 불렀다.

“또 기루에 갔느냐!”

“아니, 대사형. 그게 아니라…”

‘망했다’. 그게 내 머리에 떠오른 유일한 단어였다. 그의 긴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오체투지를 하며 용서를 구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나 그 고민을 단숨에 끝낸 것은 이어진 대사형의 말이었다.

“네놈은 도를 닦는 도인이면서 매번 술을 즐기고, 아녀자를 희롱하며. 수련에 소홀하다는 것을 이젠 우리뿐 아니라 저 먼 남만에 있는 개방도도 알 지경이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

“갈!! 말을 끊지 말라! 여하튼, 이 망측한 사실이 기어이 장문인의 귀에까지 닿았고, 이에 따라 장문인께서도 수양을 잊으신 듯 노기를 보이시며 너에게 벌을 내리셨다!”

“…예?”

오체투지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소문이 장문인에게 닿고야 말았다.장문인께서는 그야말로 옛 전진칠자가 되살아 오신 듯, 등선하신 선인과 같은 분이었다. 그리고 어지간한 일로는 감정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으시는 분이기도 했다. 그런 분이 노기를 보이시며 나에게 벌을 내렸다 함은, 내 짧은 식견으로도 보통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아니. 대사형. 기서 사형. 그게...”

“그게 정말이냐 묻는 것이냐? 넌 내가 이 무당 내원에서 한가하게 너한테 거짓으로 장난이나 칠 만큼 시간이 많아 보이냐는 말이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잠자코 들으라. 장문인께서는 그래도 너의 평소 행적을 보셔 벌을 택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 말하고 대사형은 목을 가다듬은 뒤에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내용을 말했다.

“혼란에 휩싸인 고려로 향하여, 제 몸 둘 곳을 모르고 멋대로 날뛰는 괴력난신의 무리를 제압하고 오라.”

“고려? 혹시 삼으로 유명한 그 고려 말입니까? 동영만큼은 아니더라도 동쪽 끝에 바다 건너 있는 나라 아닙니까?”

나는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다른 지역을 잘못 말한 게 아닌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그래. 그 고려가 맞다. 그곳은 현재 여러 전란에 휩싸여 낮으로는 전화가 땅을 뒤덮고, 밤에는 맹수와 괴력난신의 무리가 제 땅이라도 된 듯 날뛰어 여러모로 혼탁하다 하니, 혼란이 끓어 넘쳐 다른 곳에 크게 퍼지기 전에 근절하고 오시라는 장문인의 뜻이다.”

그 후, 나는 대사형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기며 말했다.

“아니, 안 됩니다. 대사형! 그 먼 고려까지 가서 언제 돌아오란 말씀입니까? 죽어도 못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벌은…”

대사형은 내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듯이, 곧바로 두 번째 벌을 말하기 시작했다.

“비슷하게 강호를 일주하여, 각지에 제사를 올리고 스스로 참회하고 오라 명하셨다.”

두 번째 벌도 내게는 충분히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전자가 호랑이라면 후자는 용. 내 목숨을 두고 용호상박의 결전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벌을 수행하는 중엔 무당, 그리고 속가 문파들의 도관이라 할지라도 정비를 위해 하루 이상 머무는 것을 금한다. 벌을 끝마치기 전까지 자신을 스스로 무당의 제자라 칭하지 말지어다…”

이는 사실상 제명, 파문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반쯤 절망에 빠져 남아있던 술기운도 날아가고, 차가워져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내 손만이 보였다.

“내가 말은 준비해두었으니, 속히 길을 떠나라. 기다리고 있으마.”

그 후 별 저항도 못 하고 다음 날부터 길을 떠났고, 며칠에 걸려 산둥의 청도까지 도달해 나룻배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며 고려로 향했다. 전란에 휩싸였다는 나라의 국경으로 제 발로 걸어가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기에, 바닷길이 유일한 길이었다. 제 몸을 마음대로 뒤섞어대는 바다를 건너 고려로 향하다, 나는 어떤 섬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 섬은 신기한 분위기의 섬이었다. 멀리서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모래섬이었음에도 내리고 보니 그 모래가 마치 금가루라도 섞인 듯 빛나고 있었고, 끈적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도 없이 시원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겪는 시원한 바람에 이유 모를 산뜻함까지 느껴지려다, 맡자마자 뱃속이 고함을 치게 만드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내 코에 가득 찼다. 그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바람을 거슬러 섬을 걷다 보니, 신기루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튼튼해 보이는 고급스러운 상 위에, 강호의 온갖 산해진미가 상다리가 부러질 듯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마치 벽을 세우듯 온갖 고급스러운 술병이 늘어서 있었다.

허나 그 상 옆에 술시종이라도 들려고 있던 건지,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그 모습은 상에 있는 모든 것들보다 눈에 띄었다. 하늘의 선녀라 한들, 그 여인 앞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야말로 달기나 양귀비 같은 경국지색이라 불리던 미인들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인이었다. 백옥같이 흰 피부에 홍옥 같은 입술이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손짓하여 내 몸을 이끈다.

난, 마치 나비가 꽃에 이끌리듯 자연스레 그녀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가까이서 보자니 여러 말로도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찼다. 그녀가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술을 따라주자, 안 그래도 향기롭게 느껴질 술 향이 머릿속을 녹여낼 듯이 진하게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 이후로는 사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자는 것도 잊고 술과 음식을 즐겼음에도 배는 불러오지도 않고, 끊임없이 들어갔음에도 취기가 첫날 이상으로 올라가지도 않는 기이한 감각이었다. 마치 꿈속에라도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래라면 한 식경이 지나기 전에 이상함을 눈치채고 자리를 벗어났을 테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여인이 옆에 앉아있을 때는 그런 생각에 다다르지도 못했다. 그녀가 잠시 꽃을 꺾어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자마자 내 전신에 소름이 돋고, 날카로운 검이 목 밑에 들이밀어지듯 한기가 들었다.

이는 뭔가 괴이한 술수에 빠졌을 때나 느낄 수 있던 감각이었기에, 취기라 느껴지던 이상한 감각이 단숨에 사라지고, 내 몸은 자연스레 품속의 부적을 꺼내기 시작했다. 황색의 종이에 주사로 그려진 부적은 삿된 것을 파하는 힘을 품었다. 나는 그것에 내력을 담아 사방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신기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흘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고 식지도 않던 산해진미는 모래더미로 변해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술병과 술 또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안개처럼 연기로 흩어졌다.

순간 입속이 버석버석하게 마르고, 꺼끌꺼끌한 모래알들이 혀를 가득 뒤덮어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불러일으켜 바닥에 엎드려 있을 때 안개 너머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큭, 퉤! 누구냐!”

“하하하! 그 꼬락서니에 웃음을 차마 참을 수가 없더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성은 홍. 이름은 길동이요. 도사이니라.”

“네 이놈...! 감히 사술을 부리면서 본도의 앞에서 도사를 사칭하느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까!”

“어쩐지. 설마 설마 했는데 여인의 형상에 정신 팔려 사흘간 모래나 퍼먹던 얼간이가 말코도사일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새끼가...!”

“하하, 네놈이 나에게 큰 웃음을 줬으니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 이곳은 단구. 이곳에 걸음 한 자의 하루는 속세의 50년이 되고, 그 흐른 시간의 수명과 정기라 부르는 것은 내게 오게 되는 술법이 걸린 섬이니라.”

“계속 거짓부렁을…!”

“거짓일지 아닐지는 잘 알게 되겠지. 네놈의 수명과 정기, 내공이라 부르던 이것은 내가 잘~ 사용해주도록 하마. 모래나 퍼먹던 놈에겐 아까울 정도의 것이 아닌가!”

그리 말하며 흩어져가는 안개와 함께, 그 웃음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나를 무시하고 욕보이며, 자신이 벌인 요사스러운 술법을 다 알려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만 하나하나가 내 모든 것을 긁어 깎아내리는 듯했다. 안개가 다 흩어지자 나는 사흘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작은 모래섬 위에 서있었다. 그리고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가 타고 왔던 나룻배가 다 삭아 썩은 나무토막처럼 되어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어리석음에 대한 자학과 동시에, 홍길동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던 그 무뢰배에 대한 격노가 머리끝까지 가득 찼다. 하지만 다른 것을 할 수 없었기에, 하늘을 향해 울분을 쏟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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