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18년, 처음 그린 미래의 그림

PBV, 가능성에서 현실로

by Utopian

이런 모빌리티의 도입으로 새로운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가정을 제안한다

PBV와 모빌리티를 통한 개인 가능성의 10년 마스터플랜.


자유와 가능성의 다시 발견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만만치 않다. 비싼 집값, 오르는 생활비, 공공서비스 접근 비용까지. 매달 벌어들이는 돈이 온통 생활에만 쓰이고 나면, 정작 꿈을 키울 자원은 남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삶은 점점 단순히 버티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자율주행 PBV(Purpose-Built Vehicle), 그리고 이동의 자유가 이 벽을 허물 열쇠가 될 수 있다.

개인이 자기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기회, 그 가능성이 서로 연결되며 더 큰 선순환을 만드는 미래, 지금까지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가능성을 앞으로 10년 동안(2025~2035년) 그 현실을 어떻게 열어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그림을 상상해 본 것이다.


1단계: 기반을 다지는 시간 (2025~2027)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접근성이다. PBV가 값비싼 신기술로만 남아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첫 단계는 가격을 낮추고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아 생산비를 줄이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으로 부담을 덜어준다. 2027년까지 전기차 가격의 70% 수준으로 단가를 낮추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모비허브’ 같은 PBV 공유 시스템이 도시마다 들어선다. 월정액으로 필요한 만큼 PBV를 불러 쓰는 방식이다. 출퇴근도, 장보기나 캠핑도, 작은 공연이나 배달 사업도 여기서 가능하다. 초기에는 공공 자금이 들어가 저소득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기술은 소수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된다. 자유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2단계: 도시를 새롭게 짜는 시간 (2028~2030)

다음은 공간이다. 지금의 도심은 너무 비싸다. 집값과 임대료는 사람들의 창의적 삶을 짓누른다. 하지만 PBV가 도시와 교외를 자유롭게 연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외곽에 저렴한 주거지를 마련하고도 도심까지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도심에 살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PBV 자체가 생활공간으로 확장된다. 낮에는 이동식 오피스, 밤에는 캠핑카, 때론 작은 가게나 공연장이 된다. 집의 크기는 줄이고도 삶의 가능성은 오히려 넓어진다. 임대료는 절반 가까이 줄고, 남는 자원은 다시 자신을 위한 투자로 돌아간다.


3단계: 경제를 새롭게 쓰는 시간 (2031~2033)

이제 돈의 흐름을 바꿀 차례다. 생존에 묶여 있던 수입을 창조와 도전에 쓰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는 PBV를 활용한 소규모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이동식 카페나 상점, 작은 공연장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쉽게 시작될 수 있게 저금리 대출과 세금 혜택이 따라온다. 그렇게 2033년까지 50만 명의 PBV 창업자가 생겨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바로 ‘보편적 모빌리티 소득(UMI)’. PBV 공유 시스템에서 나온 수익 일부를 시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매달 20만 원 남짓. 단순한 생활비가 아니라, 배움이나 취미, 창의적 활동에 쓰이도록 설계된다. 수입이 곧 꿈의 자원이 되는 구조다.


4단계: 가능성을 연결하는 시간 (2034~2035)

마지막 단계는 개인의 자유가 사회적 연결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PBV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PBV 포럼’ 같은 플랫폼에서 창업자, 예술가, 교육자들이 모여 협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2035년까지 천 개 이상의 커뮤니티가 생겨난다.

또 PBV는 사회적 공공재로 쓰인다. 응급 상황에 구조 차량으로, 교육을 위한 이동 교실로 제공하면 세금 감면 같은 보상이 돌아온다. 각자의 자유가 사회적 기여와 만나는 지점이다. 결국 개인의 가능성이 커질수록 서로의 잠재력을 키우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뒷받침할 제도와 현실적 조건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려면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는 반드시 개인 소유가 되어야 하고(‘모빌리티 데이터법’), 자율주행 사고의 책임은 명확히 나뉘어야 한다(‘자율주행 책임법’). 환경 역시 놓치지 않는다. 2030년까지 PBV의 80%는 재생 에너지로 움직여야 한다.

투자와 수익 구조도 현실적이다. 초기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투자하지만, 2030년 이후 공유 플랫폼의 수익으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장기적으로는 GDP를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도 예상된다.

물론 도전은 있다. 기술 격차, 시민들의 초기 저항, 인프라 부족 같은 것들. 하지만 디지털 교육, 체험 캠페인, 민간 투자 유도 같은 해법도 함께 준비된다.


열려가는 새로운 자유

결국 이 플랜이 말하려는 건 단순하다. PBV와 모빌리티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새로운 자유를 연다는 것. 도심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수입을 생존이 아닌 창조에 쓰고, 그 창조가 이타적으로 연결되는 삶. 그건 단지 꿈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다.

정부, 기업, 시민이 함께 움직인다면, 자유는 더 이상 값비싼 사치가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현실이 된다. 10년 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을까? 그 첫 장은 이미 열리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던 시간, 그리고 지금

2018년 미래 모빌리티연구를 위했던 시간들은 새로운 운송기기와 삶의 방식을 전동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탐구하던 시기였다.
지난 CES 2024년의 현실은 그때 준비의 결과이자,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구체화한 과정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사람과 물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공간’을 제공하는 일로 확장된다. 주어진 이동 수단 안에서 개인의 목적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어간다. 그 장소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2030년을 바라본 모빌리티 연구

당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주제로 고민을 이어갔다. 우리 역시 2030년을 목표로, 차량 개발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시간을 내다본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의 신차 한 두 세대가 바뀌는 동안,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도구’로서의 모빌리티를 구상한 것이다.

디자인, 마케팅, 설계, 엔지니어링, 신기술, 상품기획, 홍보 등 각 부문이 모여 협업했다.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미래 상상 속 자료를 수집해 우리가 갈 수 있는 방향을 먼저 정리했다.

각 그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에 맞는 기술 요건, 서비스 내용, 생산과 제품화 조건을 정리했다.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스케치를 진행했고, 모두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거쳐 총 15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다시 이 시나리오들을 다듬어 발표하고, 브랜드 방향성과 맞는 6개의 최종안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설명서를 겸한 책자를 제작했다. 이후 각 부문과의 열띤 토론과 적극적인 발표로 구체화의 단계를 밟아갔다.


필요한 미래, 가능한 미래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들은 어디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필요한 미래’에 대한 설명서 같은 것이었다.
새로운 미래는 결국 갑자기 나타나는 혁신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습관과 삶에 스며 있는 것들의 진화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나리오로 엮어 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일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이 알기도 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리의 역할은 시장조사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미래가 사람에게 의미 있을까’라는 고민이 먼저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낀다. 그렇기에 명확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관찰을 통해 맞추는 방식이 최선이었다면, 이제는 무수한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공감과 자발성, 그리고 플랫폼

타인의 성향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그대로 제공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얕은 기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춰갈 수는 없다. 대신 그들이 우리에게 공감하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건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이다. 흔히 말하는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 많은 플랫폼이 기업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전락해 있다. 이제는 이타성을 가진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업의 목표는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이타성을 포함해야 한다. 매출이 전부가 아니라, 이타적인 활동이 매출의 일부를 차지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교가 아니라 진심

그래서 우리는 모빌리티의 생태계와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먼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개선을 찾아간다. 순간의 이익을 위한 기교적 디자인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싶다면 진심을 담아야 한다. 얕은 기교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정보와 이해를 갖고 있어서, 얕은수에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고, 그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5년 이상을 준비하고, 10년 이상의 미래를 구체화해 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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