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ㅣ ㅈ ㅏ ㅇ ㅣ ㄴ ㅓ # 4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흔히 작업하기를 바라는 콘셉트카란 무엇입니까?
모든 제품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제품이 되기 전에 먼저 만들어 보는 시제품이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는 것인데 콘셉트카는 그런 개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는 모터쇼 및 다양한 매체에서 이러한 콘셉트카를 홍보의 수단 혹은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써 활용하기 위해 제작되는 차종마다 목적성을 띄고 얼마만큼의 미래를 이야기할 것이고 얼마만큼의 디자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냐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콘셉트카가 제작이 됩니다. 그러기에 디자이너들은 이 콘셉트카 프로젝트는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수단도 될 수 있기에 다들 하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진행하셨던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앞서 이야기한 차량 콘셉트카 이후에 바로 요즘 대세가 되어버린 SUV 차량의 콘셉트카 프로젝트가 생각이 납니다.
당시에 전시가 예정된 4월까지 겨울부터 시작해 몇 개월 안 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제안을 이 차량에다 쏟아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전 CUV 차종의 콘셉트카를 끝내고 이듬해 1월 디트로이트 전시를 마친 후 바로 착수했던 프로젝트로 다음의 모터쇼를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여름과 가을 동안 여러 가지 콘셉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스케치 제안을 시작해 가을이 지나서야 디자인 안이 선정되어 겨울부터는 바로 콘셉트카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먼저 각 전시마다 필요한 차종을 상품과 연구주제를 기획하는 관련부서와 논의하여 선정합니다. 바로 전 모터쇼에서 인기를 끈 CUV에 이어 SUV 콘셉트를 제시함으로 인해 브랜드의 특성에도 부합하는 차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지금은 이미 몇 세대로 진화하여 브랜드의 중심 차종으로 성장한 SUV인데 당시는 2세대 차종을 앞서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외장 디자인은 같은 팀 동료가 진행했고 내장을 진행했는데 의미 있는 새로움을 제안하고자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많이 썼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모터쇼를 통해서 공개되는 차량으로 특히나 외부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양산 차량에서 기능적인 이유로 늘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에서 새로운 작동방식과 그에 따르는 디자인 형상을 제안을 했었고 간접조명과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다양한 멀티미디어까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능들을 포함하기 위해서 관련 업체를 발굴하고 콘셉트카에 적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가며 모델을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각 시트가 별도로 분리되어 있고 안전벨트는 양 어깨에서 내려와 중간에서 체결되는 형식으로 제안하고 목 부위에서 냉/온풍이 나오게 하는 방식 등 지금에는 양산회 되어 적용되는 방식도 있고 지금보다 나중에 필요하다면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제안에서 그친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차종들에서는 장착되어 출시되고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블랙박스는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것으로 차량의 운행정보와 특정 상황의 정황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라는 상황을 근거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도 휴대폰에 있었던 카메라를 이용해서 차량 운행이나 주차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녹화를 해 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젠 블랙박스가 없는 차량을 더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초기에는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외부 전문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가 이젠 메이커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컨셉카를 통해서 양산이 될 차량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 발굴이 되고 이를 통해서 조금씩 미래가 오늘에 다가옵니다.
주로 자동차의 외장의 전면부를 자동차의 시그니처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일정 시기의 차량들은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콘셉트카들에서도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갔었고 이는 양산 차종들의 프런트 마스크로 전달되어 유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이후에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되어 한 세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그때의 명료함은 따라갈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만약 그때 이 차량과 같이 쿠페형 SUV가 출시가 되었더라면 BMW X6와 동시대에 출시된 쿠페형 SUV가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형식의 차량을 라인업에 두고 있고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당시에 이 차종이 그대로 양산되었더라면 분명 이목을 끌었을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 디자인은 기본적인 비례와 차량 형태의 변화가 진정 새로움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두고 기본 비례는 그대로 두고 열심히 메이크업을 해대는 반짝 판매 만을 위한 낮은 수준의 디자인은 결국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 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고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혹은 자동차 산업의 주요 메이커로서 업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 브랜드일 뿐입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여러 가지 재정적인 이유로 이런 수준의 선행 콘셉트카보다는 몇 개월 후 양산하게 될 차량의 드레스업 위주의 쇼카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판매 진작을 위한 수단에 그칠 때가 많고 그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한 동안 미래 자율주행차량 관련하여 많은 미래 콘셉트들이 제시되었고 이제는 그 생각들이 양산 차량에 적용될 시점입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 차량들의 장점을 모두를 위한 차량에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더 세계관과 생태계에 근거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제품을 넘어 세계관에 브랜드 가치를 더 높게 매기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생각이 만드는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디자인을 하다 보니 형태나 스타일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바로 생각입니다.
콘셉트카 작업을 하면서 그 점을 가장 분명하게 체감했습니다.
콘셉트카는 단순히 미래의 차를 보여주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질문이 충분히 깊어질 때에만 비로소 새로운 형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형태는 분명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합니다.
콘셉트카 작업이 일반 양산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정답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양산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수많은 조건과 제약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반면 콘셉트카는 그 전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왜 이 차는 항상 이런 비례를 가져야 하는지, 왜 실내는 늘 같은 관계로 구성되어야 하는지, 그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꺼낼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사고 훈련이 되고 양산형의 차량보다 더 많은 스타일적 기능적 특징을 담을 수 있는 기회는 언제라도 하고 싶은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실제 작업에서 그런 ‘생각의 차이’가 드러났던 사례가 있을까요?
내장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시트와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기존의 패키지에서는 운전자의 자세가 거의 고정되어 있지만 콘셉트 단계에서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운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머무는 시간, 대화, 시선의 방향까지 포함해서 공간을 다시 해석해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새로운 시트 형태가 아니라 차 안에서의 경험 자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제안이었습니다. 비록 바로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서 그 생각은 다른 형태로 계속 반영되었습니다.
버튼 하나, 조작 하나가 사용자의 경험을 크게 바꿉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위치가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상태에서 그 기능을 쓰게 되는지를 먼저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UX의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더 중요합니다.
같은 화면이라도 사용자가 불안한 상태인지, 기대하는 상태인지에 따라 정보의 배치와 흐름은 전혀 달라져야 합니다.
이때 디자인은 그래픽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는 일이 됩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형태가 새롭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설득력이 남아 있는 디자인은 그 안에 담긴 생각이 분명합니다.
사람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이 상황을 어떤 태도로 바라봤는지, 그 흔적이 형태 안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왜 이렇게 생겼을까’를 넘어서 ‘이 디자인은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을까’를 보게 됩니다.
콘셉트카는 미래의 차라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멀리 질문할 수 있는지, 얼마나 기존의 당연함을 의심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해 보는 작업입니다.
그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는 이후 양산 프로젝트에서도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와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이 됩니다.
결국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먼저 도착한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