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를 위한 이솝우화 - 태도와 자세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농부는 자신이 기르던 거위가 반짝이는 황금알을 낳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거위는 매일 아침 정확히 하나씩 황금알을 낳았습니다. 농부는 곧 큰 부자가 되었고,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될수록 농부의 탐욕은 커져만 갔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감질나게 기다릴 게 뭐야? 거위의 배 속에는 분명 황금 덩어리가 가득 들어있을 거야!" 결국 욕심에 눈이 먼 농부는 단번에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거위의 배 속은 다른 일반 거위와 똑같았고, 더 이상 황금알을 얻을 수 없게 된 농부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다시 가난해졌습니다.
디자인 업무에서 황금알은 결과물(결과물, UI/UX, 브랜딩 등)입니다. 반면 거위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의 창의성, 안목, 그리고 물리적·정신적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디자이너의 본질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당장의 마감(황금알)을 위해 자신의 건강과 영감(거위)을 고갈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디자인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지속 가능한 창작 (Sustainable Creativity)
말씀하시다가
그러나 이런 트랜드는 이번에는 눈에 띄는 형상을 만들어 내기는 하나 다음번에 또 그 다음번 프로젝트로 이어지면서 중심을 잃어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가치를 더해가지 못하고 그대그때 트랜드에 맞춰서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니 혼란이 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년이 지나 새롭데 디자인의 수장으로 오신 분을 위한 그간의 업무 성과들을 품평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넓은 품평실에 10여 대의 차량 모델이 늘어섰습니다.
모두들 긴장을 하고 기대와 함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Is that all?"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매번 새로운 형상과 그래픽을 처음부터 그리는 디자이너는 결국 번아웃에 빠질 수가 있고 그것은 지속가능한 창작에 어려움을 줍니다. 특히나 자신의 성과가 높은 디자이너는 그것에 더 스스로를 매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거나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디자이너는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화하여 더 중요한 기획에 집중할 에너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당장의 산출물에만 급급하지 않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사용자 중심의 본질 탐구 '화려함'보다 '맥락'
유행하는 그래픽 스타일(황금알)만 쫓다 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금방 소모됩니다. 파타고니아(Patagonia)처럼 "이 옷을 사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수선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방식은 브랜드의 철학(거위)을 보존하며 고객과 롱런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겉모습의 화려함보다 "이 디자인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휴식과 인풋(Input)의 정례화
이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자신의 일정에서 관리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7년마다 1년씩 안식년을 가집니다. 그는 이 시기에 얻은 영감으로 향후 7년 동안 낳을 '황금알'의 질을 결정합니다.
기업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들이 모두 이런 것을 상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교수들과 같이 '안식년?'이라는 것이 있다면 디자인의 감각을 보충할 충분히 긴 시간이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가지는데 월급 혹은 연봉에 기반한 직업인 이상 휴가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휴가 기간이라도 압축적으로 이런 여유나 충전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의 삶은 우리의 직업만을 신경 쓰기에는 여유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Ai는 그런 디자이너들의 여유까지 말라버리게 한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같이 방향으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직감과 안목을 키워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해 디자이너는 자신의 배 속을 채울 양질의 데이터와 휴식을 강박적으로 챙겨야 합니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래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쓰는 것을 넘어, 창작자 자신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결과물이 세상을 소모시키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Is that all?"
그 질문은 품평실을 떠난 후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복도를 걸으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말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했습니다. 밤을 새웠고,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쳤고,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게 다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을까요?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우리는 10개의 다른 차를 만든 게 아니라, 10번 다르게 보이려고 애쓴 하나의 혼란을 만들었던 겁니다.
브랜드의 DNA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각 모델은 그해의 트렌드를 반영했을 뿐, 서로를 연결하는 철학이 없었습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거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최근 3개월간 만든 디자인을 나란히 놓으면, 거기에 '당신'이 보이나요?
마지막으로 마감 없이 순수하게 탐구한 프로젝트가 언제였나요?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트렌드의 아카이브'인가요, 아니면 '문제 해결의 기록'인가요?
만약 대답이 망설여진다면, 지금이 바로 거위를 돌볼 때입니다.
1. 30일 디자인 원칙 세우기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30일간 자신만의 디자인 원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나는 왜 디자인하는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10년 후에도 부끄럽지 않을 디자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것은 트렌디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흔들리지 않을 중심축을 만들어줍니다.
2. 주 1회 '왜?' 미팅 (혼자서라도)
매주 한 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세요.
이 디자인은 '왜' 이래야 하는가?
사용자는 '왜' 이것을 선택할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과 사용자가 필요한 것 사이의 간극은 무엇인가?
답이 "클라이언트가 원해서" 또는 "요즘 트렌드라서"라면, 한 번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3. 월 1회 인풋 데이
한 달에 하루, 아무것도 만들지 마세요. 대신 당신의 우물을 채우세요.
전혀 다른 분야의 전시를 보세요 (디자인 전시 말고)
10년 전 디자인 서적을 다시 읽으세요
동네를 걸으며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세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스케치북에 낙서하세요
이것은 노는 게 아닙니다.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 거위를 돌보는 일입니다.
4. 분기 1회 리버스 엔지니어링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브랜드를 선정해서, 그들의 작업을 역분석하세요.
애플은 왜 이 인터랙션을 선택했을까?
무인양품은 어떻게 '비움'을 디자인했을까?
디터 람스의 10가지 원칙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표면의 스타일이 아니라, 그 아래 흐르는 사고방식을 훔치세요.
5. 연 1회 '하지 않기' 목록 작성
한 해를 시작할 때, "하지 않을 것들"을 명확히 하세요.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는 프로젝트는 거절한다
마감 때문에 건강을 희생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의 단순한 '취향'을 디자인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포트폴리오를 위한 프로젝트는 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만)
역설적이게도, 무엇을 하지 않을지 아는 것이 실력 향상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의 술렁임 속에서 그는 이야기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이 준비 해 놓은 이 많은 차량들을 보면서도 더 없는지 물어본 것은 제 생각에는 어느 차량 하나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람들은 더욱 놀라기 시작합니다. ' 물론 제가 더 나은 디자인을 당장 만들어 낸다거나 지금의 디자인이 모두 잘 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눈을 가리고 하나씩 둘러 본다면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디어와 형상이 주는 즐거움은 제가 이전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긴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린 눈을 떼고 멀리서 이렇게 쳐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다시 의견을 이어갑니다. " 여러분들도 제 뒤로 와서 한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몇몇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다. '어!'하는 탄식 혹은 깨달음의 첫마디가 조용히 올라옵니다.
그의 말이 이어집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여러분이 느끼듯이 일관성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을 똑 같이 만든 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제품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것들이 이야기하는 성격 혹은 특징이 드러나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당장의 유행을 따르는 것은 오히려 너무 많은 새로움에 아무것도 새롭지 않게되는 현상을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차량이 새롭게 출시될때 최고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많은 Mass production은 이런 방향성이 최고의 이익을 만드는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고 또 그렇게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고자 한다면 그때는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가치는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를 전달만 해서는 언젠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없이 유행이 지나면 같이 떠내려 갑니다."
대단한 디자이너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전달 할줄 아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그 안에서 만들어 집니다. 계속 곁에 두고 싶은 그리고 그것에 나의 가치를 더하고 싶은 디자인. 내가 그 제품을 혹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디자인, 그것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이고 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우리는 매번 급급한 최고의 감각이 아니라 가치관에 기반을 둔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은 맨파워를 따져 만드는 공장의 UPH(unit per hour)이 아니라 가치관에 기반한 의미 있는 솔루션의 수준입니다. 한 시간에 몇 개의 시안을 뽑았는가가 아니라, 그 하나의 디자인이 사용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가가 중요합니다.
무엇이 되어야 된다고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은데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은 것을 찾으면 될 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