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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Feb 20. 2021

무지개 선거

하와이 사는 이야기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바라본 와이키키 풍경


하와이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주지사 후보 린다 링글 후보가 필리핀계 주민들의 모임에 너무 많은 선물을 내걸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링글 후보가 필리핀계 주민들의 모임에서 라스베이거스와 필리핀 여행권을 비롯해 텔레비전 수상기, 마이크로 오븐 등 푸짐한 상품을 듬뿍 나누어주었는데, 이는 표를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측은 이런 모임에 그 정도의 상품을 주는 것은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해 온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 메이지 히로노는 후보 지지모임에서 무료 음식 제공과 도어 프라이즈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비싼 경품까지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필리핀계 주민들을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빙의 승부가 될 11월의 선거를 앞두고 필리핀계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왜 필리핀계인가? 2000년 센서스에 따르면 하와이의 필리핀계 주민들은 22만 5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하와이에는 주류라고 불릴만한 인종 그룹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백인계 인구가 가장 많고, 두 번째는 일본계, 세 번째 다수 민족 그룹이 필리핀계다. 링글 후보가 백인이고, 히로노 후보가 일본계이므로 이들이 노리는 것이 세 번째 그룹인 필리핀계 주민들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현재의 하와이 주지사가 이 필리핀 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필리핀계 벤 카예타노라는 점도 이들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필리핀계만 잡을 수 있다면…”하는 마음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란 무엇인가? 선거란 주민들이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을 뽑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므로, 나를 대신해 제도를 만들고, 내 사는 고장을 나 대신 잘 돌봐달라고 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민족이라서, 또는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그 후보를 뽑아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흔히 미국의 한인계 언론들은 “한인계 후보들을 뽑아주어 정치력을 키우자”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아무리 동족이라고 해도 한인이니까 무조건 뽑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다인종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늘 자랑하는 하와이가 서로 자기네 민족 출신만을 선거에서 뽑아주려 한다거나, 특정 민족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면 그 무지개는 결코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없지 않을까. 


(2002.10.23)




하와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아시아계 인구비율이 가장 높고, 백인 인구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아시아계가 37.3%이고, 백인은 26.7%이다. 아시아계 인구 중에서는 필리핀(13.6%), 일본(12.6%), 중국(4.1%), 한국(3.1%) 순이다.(2008년 통계) 백인도 독일, 아이리시, 잉글리시, 포르투갈계 순이다. 몇 년 사이 필리핀계가 일본계 인구보다 많아진 것이다. 

미국 내에서 아시안계 인구가 백인 인구보다 많은 곳은 하와이 밖에 없다. 그래서 아시안계가 전혀 차별을 받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곳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하와이가 아시안계가 살기 좋은 지역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게다가 날씨가 연중 내내 좋고, 기온도 온화하다. 단점으로는 집값과 물가가 미 전국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것이다. 섬이라서 오래 살면 조금 답답한 점도 있다. 통계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의 평균 연령을 따져보면 분명 탑 5에 속할 것이다. 자연환경이 좋아서 아이들 키우기는 좋지만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본토로 많이 빠져나가고, 대학 진학이 아니더라도 젊은 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하와이에 살면 가장 좋은 층은 어린아이들이 있는 아시안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아이들을 다 키워서 독립시킨 후의 60대 이상의 장노년층도 좋다. 자연환경이 주는 혜택을 흠뻑 받으며 장노년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곳 중에서 하와이는 단연 으뜸일 것이다.                


(02.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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