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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욱 Jul 21. 2023

[카메라] 1.3 카메라의 다양한 형태

세상에는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른 수많은 카메라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분류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라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카메라는 빛을 다루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계입니다. 카메라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을 1.2절에서 살펴 보았습니다. 이런 구성요소들을 조합해서 카메라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 절에서는 촬영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주 렌즈와 촬영 전에 이미지의 구도를 잡고 초점을 조절하는 파인더의 구조를 기준으로 카메라의 형태를 구분하고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설명하겠습니다. 


[뷰 카메라 (View Camera)] 

뷰 카메라는 사실상 카메라 옵스큐라에 감광판(또는 필름판)을 끼워 넣을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장 오래 된 형태의 카메라로써, 사진술을 발명한 다게르나 탈보트가 처음 사용했던 카메라도 원리적으로는 뷰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뷰 카메라의 구조는 렌즈를 설치하는 전면 스탠드와 필름판을 설치하는 후면 홀더의 사이에 외부의 빛을 차단하는 주름상자(또는 벨로우즈)을 연결해 놓은 구조입니다. 간유리판으로 만들어진 스크린에 맺힌 이미지를 들여다 보면서 전면 스탠드나 후면 스탠드를 앞뒤로 움직여서 초점을 조절한 후, 스크린 앞에 필름판을 넣고 촬영합니다. 뷰 카메라로 촬영할 때에는 초점을 맞추거나 필름판을 넣고 뺄 때 주변 빛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주변의 빛을 차단하기 위해서 검은 천을 뒤집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뷰 카메라는 다른 유형의 카메라보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면이 가장 크기 때문에 ‘대형 카메라’라고도 불립니다. 

<그림 1.20 뷰 카메라의 구조(좌);  뷰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우)>

뷰 카메라는 후면 스탠드에 설치된 간유리를 통해서 이미지를 살펴보기 때문에 별도의 뷰 파인더가 없습니다. 그리고 셔터와 조리개는 모두 렌즈 안에 들어있습니다. 필름으로는 유리판이나 금속판에 감광물질이 발라져 있는 건판이나 필름 홀더에 한 장 한 장 끼어서 쓰는 시트 필름(Sheet Film)을 사용합니다. 

뷰 카메라에는 자동초점이나 자동노출 등 최신 기술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크고 무겁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아주 불편한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카메라가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 장점은 사진의 화질입니다. 뷰 카메라에 사용되는 시트 필름은 현재 모든 종류의 카메라에서 사용되는 필름 중에서 가장 면적이 크기 때문에 이미지를 가장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고, 크게 확대해도 화질이 나빠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촬영 전에 살펴 본 이미지가 그대로 찍힌다는 점입니다. 스크린에 비춰진 이미지가 그대로 필름판에 노출되기 때문에 촬영자가 찍고자 한 화면과 똑같은 이미지가 사진에 담깁니다. 이 점은 다음에 설명할 이안 반사 카메라나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 대비되는 장점입니다.

세 번째 장점은 다양한 교환렌즈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면 스탠드에 설치되는 렌즈만 교환하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화각으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점은 다양한 광학적 효과입니다. 뷰 카메라는 전면과 후면 스탠드가 유연한 주름상자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전면, 후면 스탠드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서 여러가지 광학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런 것은 바디가 단단한 상자로 만들어져 있는 다른 형태의 카메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면과 후면의 스탠드를 움직이는 것을 무브먼트(Movement)라고 하는데, 상하/좌우 방향으로 밀고 당기거나 기울임으로써 모두 네 가지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림 1.21 뷰 카메라의 무브먼트>

뷰 카메라의 무브먼트를 이용하면 다른 종류의 카메라에서는 할 수 없는 원근법이나 심도의 조절이 가능해지는데, 이런 광학적 효과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다루지 않습니다. 

뷰 카메라의 단점은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크고 무겁다는 것입니다. 뷰 카메라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손으로 들고 찍는 것이 불가능하여 반드시 삼각대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거나, 빨리 변하는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해야 하는 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다른 단점은 자동 초점이나 자동 노출 등 이미 널리 사용되는 자동 제어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동 기능들은 빠르게 촬영할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정지된 장면을 차분하게 촬영하는 뷰 카메라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안 반사 카메라 (Twin Lens Reflex, TLR)

뷰 카메라처럼 카메라 뒷면의 간유리를 통해서 이미지를 관찰하고 필름을 필름 홀더에 넣어서 간유리 앞에 끼워서 촬영한 후 다시 빼는 과정은 번거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빛이 새어들어가서 사진이 망가질 위험도 큽니다. 하지만 필름을 빛이 완전히 차단된 상자 안에 넣으면 이미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진을 촬영하는 주 렌즈와 동일한 렌즈를 하나 더 달아서 구도와 초점을 조절하도록 만들어진 카메라를 이안 반사 카메라라고 합니다. 이안 반사 카메라에서 셔터와 조리개는 모두 촬영 렌즈 쪽에만 설치되어 있습니다. 파인더 렌즈는 언제나 피사체를 향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셔터가 동작할 때 피사체가 가려지는 ‘블랙 아웃(Black-out)’ 현상이 없다는 것이 이안 반사 카메라의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안 반사 카메라는 대부분 렌즈 셔터(또는 리프 셔터; 셔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5장 참조)를 갖고 있고 반사 거울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촬영할 때 소음과 진동이 매우 적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그림 1.22 이안 반사 카메라의 구조>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촬영 렌즈와 파인더 렌즈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에 차이가 생겨 파인더로 보는 이미지와 필름에 찍히는 이미지가 달라집니다. 이런 현상을 ‘시각차(Parallax)’라고 합니다. 먼 곳에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까이에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에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다른 단점은 심도를 미리 확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파인더 렌즈에는 조리개가 없기 때문에 스크린에 맺히는 이미지는 항상 최대 개방 조리개 상태로 만들어집니다. 촬영 렌즈에서 조리개를 조였을 때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심도를 파인더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환렌즈를 이용하여 화각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른 화각의 렌즈를 사용하려면 촬영 렌즈와 파인더 렌즈를 모두 동일한 화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교환렌즈를 두 배로 장만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집니다. 일부 이안 반사 카메라(예: Mamiya C330)가 렌즈 교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안 반사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Rangefinder, RF)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는 파인더를 위해 별도의 렌즈가 설치된다는 점에서 이안 반사 카메라와 유사하지만 초점을 조절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안 반사 카메라는 초점 조절링이 돌아가면 촬영 렌즈와 파인더 렌즈가 동일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초점을 조절하기 때문에 피사체의 이미지가 파인더 스크린에 또렷하게 초점이 맺히면 필름면에도 또렷한 이미지가 맺히게 됩니다. 하지만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파인더 렌즈는 초점 조절링을 돌려도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파인더에서 초점을 조절하는 것은 직각삼각형을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하는 삼각측량 방법과 같습니다. 직각삼각형 ABC에서 변 AB의 길이와 꼭지점 B의 각도를 알면 변 AC의 길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림 1.23).

<그림 1.23 삼각측량의 원리>

그림 1.24는 레인지파인더의 구조를 개념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1.23의 C점에서 나온 빛이 각각 그림 1.24의 (A)와 (B) 창으로 들어오면, (A) 창으로 들어온 빛은 반투과-반반사 거울을 통과하여 파인더로 직접 들어가고, (B) 창으로 들어온 빛은 회전거울에서 한 번 반사되고 반투과-반반사 거울에서 다시 한 번 반사되어 파인더로 들어갑니다. 이때 회전거울의 각도가 바뀌면 (B) 창으로 들어온 빛이 파인더에 도달하는 위치가 좌우로 이동하게 됩니다. 회전거울은 렌즈의 초점 조절링과 연결되어 있어 초점을 조절하면 (B) 창을 통해 들어온 이미지가 좌우로 이동하게 되며, 두 이미지가 하나로 합쳐지면 초점이 맞은 것입니다. 여기에서 창 (A)와 (B) 사이의 거리가 그림 1.23에서 변 AB에 해당하고, 창 (B) 뒤에 설치된 회전거울의 각도가 그림 1.23에서 꼭지점 B의 각도에 해당합니다. 이 두 값을 이용하여 피사체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림 1.24 레인지파인더의 카메라의 구조>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장점은 이안 반사 카메라의 장점과 많이 유사합니다. 셔터가 동작할 때 ‘블랙 아웃’ 현상이 없고, 촬영할 때 소음과 진동이 작습니다. 다음에 설명할 일안 반사 카메라는 촬영할 때 반사 거울이 위로 접혀 올라가면서 강한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속 셔터로 촬영할 때 흔들림이 생기기 쉬운데 반하여,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는 이런 진동이 생기지 않아 저속 셔터로 촬영하기에 유리합니다. 다른 유형의 카메라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가볍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이안 반사 카메라에 비해 월등히 좋은 점은 렌즈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는 광각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화각의 교환렌즈가 준비되어 있어 이안 반사 카메라보다 훨씬 표현의 범위가 넓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단점도 이안 반사 카메라와 유사합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도 시차 문제를 피할 수 없고 촬영되는 이미지의 심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덧붙여 일안 반사 카메라에 비해서는 교환렌즈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일안 반사 카메라 (Single Lens Reflex, SLR)

일안 반사 카메라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의 카메라로써, 필름에 맺힐 이미지가 거울과 프리즘을 통해 반사되어 파인더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림 1.25). 

<그림 1.25 일안 반사 카메라의 구조>

일안 반사 카메라에서 구도를 잡거나 초점을 조절할 때에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반사거울과 펜타 프리즘을 거쳐 파인더에 맺히고, 촬영을 할 때에는 반사거울이 위로 접혀 올라가 빛이 필름 위에 맺히게 됩니다 (그림 1.26). 

<그림 1.26 일안 반사 카메라 내부에서 빛의 경로>

초기에는 펜타 프리즘이 없이 파인더 앞에 대각선 방향의 반사거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파인더로 보이는 이미지의 상하좌우가 바뀌는 문제가 생깁니다. 펜타 프리즘을 사용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 요즘 사용되는 일안 반사 카메라의 파인더에는 이미지의 상하좌우가 실제와 같이 나타납니다. 

일안 반사 카메라는 많은 장점이 있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형태의 카메라입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눈에 보이는 이미지와 찍히는 이미지가 같다는 것입니다. 필름에 맺힐 이미지를 거울과 펜타 프리즘으로 반사시켜 파인더에서 보기 때문에 파인더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촬영되는 이미지가 같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심도를 미리 확인하거나 다양한 필터를 적용하기가 다른 형태의 카메라에 비해 훨씬 용이합니다. 또다른 큰 장점은 매우 다양한 교환렌즈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광각렌즈나 망원렌즈 뿐만 아니라 어안렌즈나 접사(매크로)렌즈 등을 사용하는 것도 이안 반사 카메라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 비해 훨씬 용이합니다. 

일안 반사 카메라에도 물론 단점이 존재합니다. 비스듬하게 설치되어 있는 반사거울은 일안 반사 카메라가 가진 많은 장점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단점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단점은 반사거울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 생기는 소음과 진동입니다. 크게 들리는 ‘찰칵’ 소리는 일상적인 촬영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잡음이 나면 안되는 공연장이나 소음에 민감한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곤란한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반사거울이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발생시키는 진동은 흔들린 사진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빠른 셔터속도를 사용할 때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느린 셔터속도를 사용할 때에는 흔들림이 눈에 띄게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반사거울의 빠른 움직임은 기계적인 고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펜타 프리즘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펜타 프리즘은 일안 반사 카메라가 가진 장점을 만들어 내기 위한 중요한 구성요소이지만, 매우 정밀하게 가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어렵고,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 비해 일안 반사 카메라를 크고 무겁게 만드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카메라의 주요 구성 요소와 기능, 그리고 여러가지 형태의 카메라별로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카메라를 이루는 각 요소들이 발전해 온 과정을 살펴보고, 새로 등장한 기술이 적용되어 카메라 발전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카메라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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