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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욱 Jul 15. 2023

[카메라] 1.2 카메라의 구성 요소와 기능

사진은 핀홀이나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붙잡아서 변하지 않도록 고정한 것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기계장치를 카메라라고 합니다. 카메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고정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몇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기능과 형태가 다른 수 많은 카메라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구성 요소들을 뽑아 보면 [렌즈], [바디], [필름(이미지 센서)], [셔터], [조리개], [파인더]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각 요소들의 기능을 살펴봅시다. 


[렌즈] 

앞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물체에서 나온 빛은 렌즈를 통과하여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 때 이미지가 형성되는 위치는 렌즈와 물체 사이의 거리에 따라 변합니다. 멀리 있는 물체의 이미지는 렌즈에서 가까운 곳에 맺히고 가까이 있는 물체의 이미지는 렌즈에서 먼 곳에 맺힙니다 (그림 1.7). 

<그림 1.7 피사체의 거리와 이미지의 위치 및 크기>

피사체를 선명하게 찍으려면 피사체의 이미지가 필름면 위에 정확히 맺혀야 합니다. 이처럼 필름면 위에 피사체의 이미지가 정확히 맺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초점 조정입니다 (그림 1.8). 초점 조정은 렌즈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필름을 앞뒤로 움직여서 할 수 있습니다. 사진술이 발명된 초창기에는 필름을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이 많이 쓰였으나 현대의 카메라는 대부분 렌즈를 움직이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 1.8 렌즈 이동을 통한 초점 조정>

렌즈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면 초점을 조정해서 정확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이외에도 화각, 유효구경, 각종 수차 등에 대한 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상세한 내용들은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바디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필름에 정확하게 노출되어 고정된 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름이 항상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주위에서 임의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여 렌즈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만 필름에 노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디입니다. 바디에는 렌즈와 필름 뿐만 아니라 셔터, 조리개, 파인더 등 카메라가 동작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장치들이 장착되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게 됩니다 (그림 1.9). 

<그림 1.9 카메라 바디의 구조 개요>

바디에 렌즈나 파인더 등의 장치들이 어떻게 설치되어 동작하느냐에 따라 카메라의 종류가 다양하게 나뉩니다. 바디의 형태와 기능이 발전해 온 과정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 

카메라 옵스큐라가 사용되던 시기에는 이미지가 맺히는 면에 종이를 대고 사람이 이미지를 따라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에 따라 이미지의 형태와 색상이 달라진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 이미지를 정확히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발명되었습니다. 바로 빛에 반응해서 성질이 바뀌는 화학물질들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런 물질을 ‘감광물질’이라고 부릅니다. 감광물질을 평형한 금속이나 유리판에 바르고 그 위에 빛을 쪼이면 빛이 닿은 부분의 감광물질은 빛과 반응하여 성질이 바뀌고 빛이 닿지 않은 부분의 감광물질은 성질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렇게 빛에 반응하여 성질이 바뀐 감광물질을 다른 화학물질로 고정하거나(음화) 씻어내면(양화) 빛이 닿았던 곳과 닿지 않았던 곳의 명암이 달라지면서 이미지가 형성됩니다 (그림 1.10).  

<그림 1.10 감광물질에 의한 이미지의 형성>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미지 센서의 역할도 필름과 다르지 않습니다. 빛이 닿으면 전하가 생성되는 소자를 이용하여 빛이 닿은 곳과 닿지 않은 곳의 밝기 차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림 1.11는 현대의 카메라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35mm 필름('135포맷'이라고 부르기도 함)과 디지털 이미지 센서를 각각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1.11 35mm 필름과 이미지 센서>

필름과 이미지 센서가 발전해 온 과정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셔터

필름에 도포되어 있는 감광물질은 빛의 양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당연히 빛의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반응하여 더 밝은 이미지를 만들게 됩니다. 사진술이 발명된 초기에는 감광물질의 민감도가 매우 낮아서 밝은 낮에도 몇시간이나 노출을 해야 겨우 감광이 될 정도였고, 당시에 사용되던 렌즈도 작고 어두운 렌즈여서 많은 빛을 모아 충분히 밝은 이미지를 만들지 못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빛을 최대한 많이 모을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민감한 감광물질이 개발되고 더 밝은 렌즈가 만들어지면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졌습니다. 감광물질이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너무 많은 빛이 쪼여지면 이미지의 디테일이 사라지고 흰 면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만약 충분한 양의 빛을 쪼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매우 어두운 면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림 1.12). 

<그림 1.12 과다노출, 과소노출된 이미지 사례>

필름에 감광되는 빛의 양은 들어오는 빛의 세기, 빛을 쬐어주는 시간, 그리고 빛을 모아주는 렌즈의 크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세 가지 요인 중에서 들어오는 빛의 세기는 카메라에서 조절할 수 없으나 빛을 쬐어주는 시간과 렌즈의 크기는 카메라에서 조절하여 필름에 적당한 양의 빛이 감광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빛을 쬐어주는 시간을 조절하는 장치가 셔터입니다. 빛을 쬐어주는 시간은 필름 앞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림막을 열었다 닫는 시간 간격을 길게 또는 짧게 함으로써 감광되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하는 장치를 셔터라고 합니다 (그림 1.13). 셔터는 빛의 양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언제 사진을 찍을지를 결정하는 기능도 합니다. 

<그림 1.13 셔터를 이용한 빛의 노출 조절>

셔터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능도 발휘합니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상황에서 셔터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열어준다면 (이를 ‘빠른 셔터속도’라고 합니다) 이미지가 필름에 감광되는 동안 피사체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므로 거의 정지된 듯한 사진을 얻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셔터를 오래 열어주면 이미지가 필름에 감광되는 동안 피사체가 많이 움직이게 되므로 피사체가 움직인 모양이 흐릿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림 1.14). 

<그림 1.14 셔터속도에 의한 움직임의 표현>

초기의 카메라에는 셔터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감광물질의 민감도가 낮아 아주 오랜 시간동안 노출을 해야 했기 때문에 렌즈의 뚜껑을 열고 닫는 것만으로 빛의 양을 조절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빛에 민감한 감광물질이 개발되면서 빛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는게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서 노출시간을 수십분의 일초에서 수백분의 일초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셔터가 개발되었습니다. 셔터가 더욱 정밀하고 빠르게 동작할 수 있도록 발전해 온 과정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조리개

빛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 중 두 번째인 렌즈의 크기를 조절하는 장치가 조리개입니다. 카메라에 설치된 렌즈의 크기를 직접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렌즈의 뒤에 가림판을 설치하여 빛이 지나가는 부분을 크게 또는 작게 조절함으로써 렌즈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 1.15). 

<그림 1.15 조리개를 이용한 빛의 양 조절>

셔터와 마찬가지로 조리개도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 피사체의 심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심도 조절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기 위해 꼬마전구와 같이 아주 작은 피사체를 찍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 꼬마전구에 초점이 정확히 맞춰져 있다면 작고 선명한 밝은 점으로 나타날 것이고, 초점이 꼬마전구의 앞이나 뒤에 맞춰져 있다면 크고 흐릿한 원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초점에서 벗어나 흐릿하게 나타나는 원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이라고 합니다 (그림 1.16). 

<그림 1.16 피사체의 위치와 착란원>

꼬마전구가 초점으로부터 더 멀리 벗어나 있을수록 착란원은 더 크고 흐릿해집니다. 반대로 꼬마전구가 초점에서 벗어난 거리가 멀지 않으면 착란원도 작게 나타납니다. 전구가 초점으로 다가가면 착란원이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초점이 맞은 전구의 이미지와 구별할 수 없게 됩니다. 비록 완벽하게 초점이 맞은 것은 아니지만 눈으로는 초점이 맞은 부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피사체의 이미지가 이렇게 선명하게 만들어지는 구간의 크기를 ‘심도(depth of field)’라고 합니다 (그림 1.17). 

<그림 1.17 착란원의 크기와 심도>

이제 렌즈에 조리개가 더해졌을 때 착란원의 크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조리개는 여러 장의 금속판을 겹쳐서 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입니다. 조리개를 렌즈 뒤에 설치하면 렌즈의 크기(혹은 구경)를 조절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리개를 통해 조절된 렌즈의 크기를 ‘유효구경’이라고 합니다 (그림 1.18). 

<그림 1.18 조리개에 의한 렌즈 유효구경의 조절>

조리개를 조여서 렌즈의 유효구경을 작게 만들면 착란원의 크기도 같이 작아지고, 이로 인해서 심도가 깊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림 1.19).

<그림 1.19 조리개에 의한 착란원의 크기와 심도의 변화>

셔터와 마찬가지로 조리개도 초기의 카메라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사용되었던 렌즈들은 원래부터 구경이 작았기 때문에 유효구경을 더 줄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렌즈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고 밝은 렌즈를 만들 수 있게 되자 빛의 양에 따라 렌즈의 유효구경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렌즈의 유효구경을 조절하면서 심도의 효과를 이해하게 되자 보다 정밀하게 유효구경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요구하게 되었고, 하나의 링을 돌림으로써 임의의 유효구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대적인 조리개가 개발되게 되었습니다. 조리개가 발전해 온 과정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파인더] 

만약 카메라가 렌즈와 바디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어떤 이미지가 찍힐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정확히 찍으려면 바디 안의 필름에 어떤 이미지가 맺히는지를 미리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해 주는 장치가 파인더입니다. 파인더를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바디의 구조와 형태도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파인더의 방식은 카메라의 종류를 구분하는 중요 기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인더의 기능은 크게 봐서 촬영할 이미지의 범위를 선택하는 것(뷰 파인더, View Finder)과 피사체에 초점이 정확히 맞도록 조정하는 것(레인지 파인더, Range Finder)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카메라에는 뷰 파인더만 설치되어 있거나, 뷰 파인더와 레인지 파인더가 각각 따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의 카메라에는 뷰파인더와 레인지파인더 기능이 통합되어 하나의 파인더 안에 구현되어 있습니다. 

파인더는 필름에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메인 렌즈를 이용하는 방식과 별도의 렌즈를 이용하여 구성하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각각의 방식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우월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파인더가 발전해 온 과정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여기까지 카메라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카메라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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