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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작가 May 12. 2021

말기암 환자인 어머니와 나의 생각은 너무나 다르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자식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독자들에게 몇 개월간 소식을 들려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사실 2020년 10월 어머니의 암 진단을 듣고 난 후,


나의 삶과 우리 가족들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


물론, 어머니의 삶은 더욱 엉망이 되었으리라...


.

.

.


그 누구도 암이라는 악독한 병 앞에서 제대로 된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암 진단 이후 매일 저녁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그 불안감은 언제 어머니가 위독하실지, 응급실로 가실지... 이런 종류의 생각들이다.



그리고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생각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항상 긴장감을 가져야 했으며,

회사에서도 나는 일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우선이었고 나의 건강보다도 어머니가 우선이었다.


아마도 가족 중 위독한 암환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나와 같은 삶을 보냈으리라 생각된다.


당연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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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헛된 희망도 꾸었다.


우리 가족에게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그리고 의사들이 오진을 했을 것이라는 그런 희망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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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 가족의 시간.


다 같이 있을 수 있는 우리 가족의 시간 말이다.





어느 날.


어머니의 몸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건 마약성 진통제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주치의가 왔다.


그리고 말했다.

(다소 정제시켜 글을 쓰지만 실제 대화는 무자비했으며... 냉혹했다.)


"이 상태면 여명이 1개월 남았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항암을 진행하면 3~6개월 정도 여명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의해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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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주치의는 떠났다.


가족들은 모두 슬픔에 잠겼다.

모두 침묵했다...




아무도 그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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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말했다.


"나 그냥 갈란다."

"고통스럽게 항암 받으면서 3~6개월 사느니 그냥 1개월 집에서 있는 게 낫다. 더 고민할 꺼도 없다."

 



어머니는 역시 어머니다...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참고 견디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말에도 당당했다.


나 역시 어머니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후 사실 우리 가족에게 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치의가 선고한 1개월의 여명은 지났지만...

지금도 어머니의 몸상태는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으며 통증과 마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나는 매일 기도한다.


"우리 어머니 계속 살 수 있게만 해달라... 내가 죽어도 좋으니 말이다."


어쨌든 살 수만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

.

.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과 달리 어머니의 생각.


어머니의 마음은 이러했다.

"나는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연명 치료를 할 생각도 없고 모 아니면 도, 이판 사판 아니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안 되는 거고"


엄청난 통증 앞에서 어머니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이... 어쩌면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몸이 마비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하고 대소변 장애를 겪게 된 상황에서 과연 이러한 삶이 인간으로서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 요양원에서 몇 년째 침상에 누워계시는 우리 외할머니만 봐도 이러한 삶은 너무나 고통일 것이라 짐작된다.


나조차도 그런 삶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살아만 있어달라는 건 어쩌면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훈련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나는 기도한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좋겠다.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


.

.

.


분명 이건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사실 살아만 있으면 분명 나의 마음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죽는 것보다 살아있는 게 좋지 않은가?

한 번씩 찾아가서 대화도 하고... 얼굴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당사자인 본인.

어머니는 마비가 되어 침상에서 아예 움직일 수 없고 링거, 호수에 의지해서 삶을 연명한다면 엄청난 고통이지 않을까?




암 말기 환자인 어머니의 생각과 자식의 생각은 이렇게 다르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 하는 자식의 마음과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살아만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어머니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는게 엄청 무섭다고 말이다.

어차피 죽으면 관속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인지하지 못할 것인데도 어머니는 이런 거에 엄청 겁이 많았다.


나의 어머니를 더욱 붙잡고 싶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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