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한 친동생이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파일 하나를 보냈다. 시간을 들여 취업 카페에서 정보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이것저것 수정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도 메모해서 보냈다. 집으로 오라고 해 같이 고민해 보기도 했다. 이제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현실을 모르는 동생에게 '회사는 사람을 쉽게 채용하지 않는다. 대충 해서는 안된다. 신경 써서 해야 한다'는 말로 취업이 쉽지 않음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반복한 지 며칠 째 되던 날 '돈도 적게 주는데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해야 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동생의 모습이 답답하고 철없어 보였다. 도와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퍽 김 빠지는 소리였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도 시간을 쓰고 있는데 화가 났다.
'억지로 시키는 거 아니니까 하기 싫음 안 해도 된다. 나도 시간 내서 봐주는 건데 그렇게 말하니 김 빠지네' 더 세게 말하고 싶었지만 화를 누르고 눌러 나의 기분 나쁨을 꾹꾹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후 온 동생의 메시지 '나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 그런데 너무 겁부터 주는 것 같아. 그러니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이 그렇게 나왔나 봐 미안해'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아차 싶었다. 나는 이번에도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구나. 도와준다는 이유로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했구나. 사실 취업시장을 쉽게 생각한다는 건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동생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나 혼자 생각해 버리고 내 머릿속 그 프레임에 있는 동생에게 '현실은 힘들다, 취업은 힘들다. 만만하게 보지 마라' 계속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누구보다 불안하고 마음이 무거운 건 본인 일 건데 나는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은 그 애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모를 리가 없었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는 그 상황을 나도 겪어본 적 있기 때문에, 동생의 기분을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걱정이 된다는 내 마음을 핑계로 동생의 마음에 부담을 더 주고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들이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말은 상대방을 위하는 말이 아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