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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대비해야 한다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전혀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살 줄 몰랐다. 이렇게 사는 나에게 그냥저냥 적응할 줄도 몰랐고, 여전히 며칠에 한 번 꼴로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날뛸 기운이 남아 있을 줄도 몰랐다. 지금껏 많은 선택을 했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며 살았다. 어떤 시점에 무언갈 선택하고, 다음 시점이 올 때까지 선택의 결과를 견디는 걸 계속 되풀이하는 게 삶의 전부 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의심을 받아들인다. 너무 애쓰지 말라는 조언은 그걸 알고 말해준 것일까?
선택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언젠가부터 머뭇거리는 내가 느껴진다. 그냥저냥 버텨지리란 느긋한 사고에 기대다가도 한 번씩 기우는 순간에 그간의 삶이 통째로 잡아먹힌다.
꿈 많던 내가, 호기심 많던 내가 지금의 무너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해냈느냐고 묻는다. 고개를 젓는다. 평온해졌느냐고 묻는다. 고개를 푹 숙인다. 오늘만을 고대하던 지난날 나의 바람들이 애써 실망한 표정을 감추며 조용히 저문다. 나에게 빚진 많은 시간을 결국 돌려주지 못한 채, 오늘의 나는 자꾸만 빈손으로 돌아온다. 약속의 날들은 점점 멀어지고,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내가 또 한 발 한 발 위태롭게 미래를 밀고 나간다. 어제의 나에겐 하다못해 메로나라도 사다 줄 수 있기를 바라며.